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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 굽는 타자기 Dec 19. 2019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착한 엄마한테 다시 태어나고 싶어."


늘 저녁에 내가 밥 빨리 먹으라고 닦달하니까 딸이 홧김에 내게 한 말이다. 평소에 엄마는 화를 많이 내서 화쟁이라는 둥 나쁜 엄마라는 둥 아이가 그런 말들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위가 달랐다. 이건 엄마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닌가.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삐져있으니까 아이는 불길한 기운을 눈치채고 울면서 말했다.


"퉤퉤. 엄마, 아까 한 말 다시 뱉어냈어. 진짜 미안해."


딸이 미안하다고 하니까 금방 마음이 누그러지긴 했다. 하지만 앙금이 남아서인지 자기 전에 아까 그 말 듣고 충격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말했다.


"엄마, 이미 지난 일이고 아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래도 생각나는 걸 어떡해?"


"엄마는 내가 4살 때 엉덩이 세게 때렸잖아. 엄마가 지난 일이라고 얘기하지 말자고 했지?"


아이 말에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얼음이 됐다. 미안했다. 다시 수습이 필요했다.


"엄마가 미안해. 그땐 엄마가 정신이 나갔나 봐."


"엄마는 왜 자꾸 말을 바꿔? 전에는 엄마도 엄마가 된 게 처음이라 그랬다면서."


"그래, 어쨌든 서로 지난 일이니까 그만 얘기할까?"


나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지만 뭔가 아니다 싶었다.


"아니다. 꾸마는 그때 일 다시 생각날 때마다 말해줘. 엄마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해줄게."


그제야 아이는 알겠다는 듯이 잠을 청했다. 그런 아이를 꼭 안아줬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뒤범벅이 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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