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문에'가 아니라 아이 '덕분에'

by 방송과 글 사이

4개월 전, 현수막 하나를 보고 초5 아이는 교회 합창단에 입단했다. 뭣도 모르고 들어간 건데 운 좋게 오디션을 통과하고, 매주 토요일 3시간, 격주 주일 1시간 반 연습을 시작했다. 문제는 차로 왕복 2시간 거리라는 점이다. 서툰 운전 솜씨로 긴 시간의 운전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토요일의 쉼을 완전히 빼앗겼다는 박탈감마저 점점 커졌다.


“꾸마야, 합창단 계속할 거야? 진짜 그만둬도 돼.”

“괜찮아. 해볼 만해!”

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한두 명의 친구도 생기고 합창 연습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아이를 응원해 주기는커녕 내심 아이가 그만두길 바랐다. 아이를 위해서 합창단에 들어갔지만, 아이 때문에 힘들단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던 중 이번 겨울 방학 때, 합창단 교회 순회공연을 위해 합창단원과 엄마가 함께 대만으로 아웃리치를 가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난 전혀 달갑지 않았다. 하다 하다가 이제 대만까지 라이딩을 가야 하나 싶어 한탄이 절로 새어 나왔다.


어느 토요일,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둔 한 엄마가 합창단원인 딸과 함께 아웃리치를 간다고 하길래 내가 물었다.


“아들 셋을 두고 어떻게 딸만 데리고 갈 수 있는 거예요?”

“애들 아빠가 있으니까 저 없는 동안 어찌 되든 아들 셋을 잘 돌보고 있겠죠. 모처럼 딸과 함께 힐링할 것 같아요. 이번 대만 아웃리치 너무 기대돼요.”


힐링? 기대된다고? 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아이 때문에 대만 가는 게 너무 부담되는데, 몹시 기다려지고 설렌다는 그 엄마는 뭐지?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 아이 엄마의 얘기는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 묵상 가운데 깨달음이 있었다. 우리 아이가 하나님을 찬양하고 사역하는데, 엄마인 내가, 딸 하나 있는 내가 라이딩, 그걸 못해서 징징거렸나 싶었다.


생각을 고쳐먹은 덕분일까. 대만 아웃리치를 준비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연습하는 동안 엄마들은 옆방에서 기도 모임을 하는데, 아이들 천상의 목소리가 그제야 또렷하게 들렸다. 이 아름다운 찬양이 대만 땅에도 울려 퍼질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아이 ‘때문에’ 내가 희생당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내 안에 기쁨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아이 ‘덕분에’ 대만 아웃리치를 향한 소망을 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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