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wonman In Busan

일상이라는 여행

by 박상민


고소하고 은은한 냄새. 순대 냄새가 나를 멈추게 만들었다. 트럭에는 쓰여있었다. 순대 오천 원. 내게는 오천 원이 있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수고한 내게 그 정도 보상은 사치가 아니었다. 나를 매료시키는 냄새는 이미 향기로 마스크를 파고들었다. 나는 당당하고, 호기롭고, 분명하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순대 일 인분 주세요.” 그러자 사장님께서는 가장 적당하고, 품위 있게 익은 순대를 찜통에서 꺼내셨다. 그리고 늠름한 자태로 도마 앞에 놓인 순대를 향해 칼을 드셨다. 예리한 칼날로 인해 순대는 너무 얇지도, 과하지도 않은 황금비율로 잘려 나갔다.


사장님은 친근하며, 동지애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간이랑 허파도 드릴 까예?” 그 질문이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그대는 순대의 모든 걸 사랑하는 자라는것을 알고 있소?” 그렇다. 나는 순대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래서 넉넉하며 자연스럽고 의연하게 말했다. “다 주세요.” 이제 마지막 순간. 잘린 순대와 허파와 간을 모두 따끈하게 보호해줄 일회용 용기에 넣고 노란 고무줄로 두 번 묶으신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무엇인가에 홀린 듯 오천 원을 공손하게 드린다. 그리고 받아 든 검은 비닐봉지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비닐로 포장된 무언가가 있었다. 쌈장이었다. 순간 말문이 나오질 않았다. 순대의 느끼함과 간의 텁텁함, 허파의 밋밋함을 달래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쌈장이라니.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모든 과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아니 그 과정에 부족함 하나 없이 너무 멋진 면모를 보여주신 사장님. 그러나 그분께 누가 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내게는 지금 쌈장도, 막장도, 초장도, 떡볶이 소스도, 새우젓도 필요 없다. 순대를 느끼함을 잡아주는 고춧가루의 향과 간을 씹어 넘길 수 있게 만드는 침을 분비시킬 짠맛과 허파의 밋밋함을 달래줄 감칠맛의 그것. 바로 순대 소금이 필요하다. 나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먹길 원하는 부산에 사는 수원 사람이다! 결국 거대한 용기를 내어 결연한 목소리를 담아 말했다.



“혹시 소금 있나요?”





그러자 사장님의 시선이 바뀌었다. 그리고 한마디 하셨다. “외지분이신가베?”

나는 그 순간 외지사람? 이방인? 외계인? alien? 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서있는 그 장소가 너무나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소금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뒤에 아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내게 위로가 필요하다는것을 느꼈다. 부산 한복판에서 파는 순대가게 사장님께 소금을 달라고! 말한 그 용기에 대한 격려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 한복판에서 나의 말투를 보면 알겠지만 저는 영국 사람입니다! 하며 어깨를 들썩이며 불러 대던 스팅의 응원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듣기 시작했다. 경쾌하면서 절제되었지만, 리듬감 있는 박자에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노래. 멜로디와 보사노바 느낌에 어깨를 흔들게 되는 세련된 노래. 그리고 노래속 가사를 알고 듣는 순간부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용기를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곡. 바로 스팅의 < Englishman In New York>이다.

Englishman In New York을 듣는 동안 순대는 식어갔지만 내 마음에 소금에 대한 마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I don't take coffee, I take tea, my dear (전 커피를 안 마셔요 차를 마신답니다)

I like my toast done on one side (토스트는 한쪽면만 구워 먹어요)

And you can hear it in my accent when I talk
(내가 말할 때 당신은 내 발음을 통해 알 수 있죠)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저는 뉴욕에 사는 영국 사람입니다.)

Sting - Englishman In New York 중에서..


스팅은 미국에 살지만 여전히 영국 사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취향과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겠노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며 마지막에 반복하며 품위 있게 읊조린다.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누가 뭐라든 항상 자신을 잃지 마세요).


결국 나는 식어가는 순대를 들고, 그와 함께 나의 노래를 불러본다.


“전 쌈장은 안 먹어요. 소금을 먹는답니다.

매운탕에는 방아를 빼서 주세요.

내가 말할 때 당신은 내 발음에서 알 수 있죠)

I'm an Suwonman in Busan.
(저는 부산에 있는 수원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혼자 서 계속해서 스팅과 호흡을 맞추며,

약간의 화음을 넣으며 콧노래로 흥얼거린다.


비요쎄 노 마로 와떼이 쎄이!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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