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민 Feb 26. 2022

유예하는 청춘

읽고 밑줄

우리가 삶을 버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 이것마저 없다면하는 그것 하나만 있어도 의외로 버텨지는  삶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나를 위로해주는 가족만 있어도, ,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이 있으면 우리는 버틸  있습니다. 비정규직이어도, 아직 취업을 못하거나 심지어 직장을 잃었어도 다시 일어설  있게 해주는 ,  희망이 있다면 우리 삶은 견딜 만해집니다. ‘ 이것마저 없다면하며 지켰던, 삼겹살에 소주 한잔만으로도 단군 이래 최대 위기라던  환란을 이겨낸  우리들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위기야 까짓것 극복하면 되니까, 심지어 전보다 더 잘될 수도 있으니까 견딜 수 있지만, 도전할 의지는커녕 꿈 꿀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고로 버틸 수가 없습니다. 기성세대도 견뎌내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지금 우리 청년세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 또한 1997년 외환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외환위기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꿔놓았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쟁 체제 하에서 사회의 모든 부면이 성공은커녕 생존을 위한 무한 경쟁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1990년대 생들은 이 경쟁 논리를 체화하며 자라나, 쉬지 않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시와 취업에서 공정한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더욱 공고해진 학력주의에 따라 더욱 치열하게 살아왔건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그만한 보상을 받아온 이전 세대와 달리 고성장의 시대를 지나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선 탓에 그런 보답이 불가했던 탓입니다. 그 사이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비정규직’이 채우게 된 것이죠.


  그래서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유예하는 청춘들입니다. 취직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하고, 결혼이 부담스러워 연애를 유예하고, 집을 장만하기 위해 독립을 유예하는 등, 삶을 위해 꿈을 유예하고 사는 청춘인 겁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정재찬

매거진의 이전글 삶과 글의 일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