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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때때

저열한 코로나와 마주하며

시시때때

by 박상민


새벽 두시 삼십칠분

열한시 정도 입안에

털어넣은 진통제의

효과는 끝났나 보다


숨을 들이킬때마다

찾아오는 깊은 긴장감

입안에 침이 고여

넘겨야 하는 두려움에

엄지발가락에 가득

힘을주고 넘길때

또 한번 예리한 칼날은

내 목젖과 목구멍을

사정없이 찢어 댄다


지난주에는 맹렬한

열기운으로 사정없이

우리 아이에게

찾아와 응급실을

가게 만들고


얼마전에는 비대한

몸으로 짓이기며

몸살 기운과 기침으로

우리 아내에게

찾아와 누워있게 만들더니


이제 드디어 너는

양손에 예리한 칼을

들고 벌어질 틈을 노리며

목구멍을 사정없이

옥죄이는 구나



이 엄청난 고통을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겪었다는걸 상상하니


네놈의 저열함과

잔인함 그리고 그 힘과 기세에

혀를 내두른다.


새벽 다섯시 오십칠분

진통제를 먹어도

고통이 가라 안질 않는

잠못이루는 세번째 밤


시 한편을 쓰며

상한 내 몸을

지친 내 맘을

겨우 달래 보지만


내 귓가엔 끊이지 않는

아이의 앓는 소리

아내의 기침 소리

나의 거친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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