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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때때

부산의 가을

시시때때

by 박상민

부산의 가을 - 박상민


부산의 가을은

곱습니다.


사람이 떠난 자리의 바다

삶을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여백을 채워주는

광안리 백사장.

편편하고 단단한

모래 바닥사이에

자그마한 물웅덩이를

짙은 붉은색으로 채우는

다대포의 노을.


느지막이 바람에 물들어

주황빛과 금빛이

재잘거리는

을숙도 갈대의 소리가

귓가에 가득합니다.


붉은 햇살을 함껏

머금고 조용이

노래하는 수영강의 윤슬은

오늘도 우리를 부릅니다.


둥둥 떠있는 배들 사이로

자그마하게 일렁이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영도의 파도의 겸허함은

침묵으로 초대하고


아스라이 느껴지는

황령산의 별빛도

도담도담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부산의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photographer _ @hyun__s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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