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너희들의 방식
작은 아이는 덩치만 컸지 닉네임도 집순이일 정도로 잔잔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동급생에게도 존댓말을 쓰고 사람 많은 곳은 가능한 한 가지 않고, 조용히 책(만화책, 웹소설 포함)과 게임과 영화(애니메이션 포함) 보기를 주로 한다. 좋아하는 것도 높낮이가 크지 않은 것들이고 여전히 지브리 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애정하며, 일상적이고 재잘거리는 이야기들을 즐겨본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이것. 유루캠이다. 10년쯤 전부터 제작된 만화책으로부터 시작하여 애니메이션화 되었고, 극장판이 제작되어 한국에 걸린 것이 2022년이다.
큰 아이는 홀린 듯이 이 영화를 스무 번을 보았다. 작은 아이는 등교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형만큼 보지 못해 아쉬워했다. 여고생들이 산에서 캠프를 하는 내용이라, 캠프장에서 해먹은 요리를 실제로 구현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다 찍어서 커뮤니티에 업로드하고 피드백을 받고 소통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요리를 해왔고, 큰 아이가 중학생 때는 자율동아리로 요리동아리를 구성해서 활동도 했다. 물론 과학요리동아리로 포장도 그럴듯하게 했다. 귀차니스트가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인 것은 틀림없다. 게다가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엄마. 우리 후지산에 캠핑을 가는 건 어떨까요?
아니. 꼭 가고 싶어요. (동생을 보며) 너도 그렇지?"
"응? 그래. 어른이 되면 가려무나."
"아빠 휴가 때나 그렇게 갈 기회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요?"
"으응? 얘야. 넌 학교를 안 가도 동생은 학교 다니는 중인데?"
"현장체험학습 있잖아요. 나는 고안캠핑장을 가보고 싶은데, 너는 어때?"
"나는 모토스코가 제일 궁금해."
"......."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는데, 형제가 이미 들떴다. 저들만의 세상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이럴 때는 그냥 무슨 얘기든 듣고 있는 게 답이다. 캐릭터도 내용도 모르는 상태라 아무것도 매칭할 수 없어서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다. 상상의 나래 속을 달리는 아이들에게 브레이크를 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참을 듣다가 이야기했다.
"후지산이 높고 추운 건 알지? 캠핑은 건강해야 하는데, 너희 둘 다 별로 안 건강하잖아. 체력부터 키워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러네요."
"운동부터 좀 하는 게 어때?"
"그럼, 주말에 등산을 할까요?"
"좋은 생각인데, 엄마가 같이 못 가는 건 알지? 둘이 가야 해. 아빠도 같이 가긴 곤란하잖아."
"그거야 알죠. 가까운 곳부터 알아볼게요."
덕후의 마음은 덕후가 안다고,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이럴 때 남편은 아이들 마음을 고스란히 이해한다. 좋아하는 것을 모으는 것, 혼자서 열심히 해보는 것, 모두 남편이 어릴 적에 했던 것들이다. 아니 지금도 하고 있다. 종목이 달라졌을 뿐이다. 나는 늘 부모님의 제약 속에서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사랑이라는 허울을 쓴 규격이었다는 것을 내 아이들을 보면서 깨달아가고 있다. 어떻든 남편은 후지산 캠핑이라는 사안에 대해서 본인도 일정을 맞추어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이 세 부자들. 또다시 계획은 내 몫이 되었다. 이 사람들아. 국내도 아니고 해외 캠핑장을 가자고 말한다고 그냥 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아? 게다가 우리 가족은 국내 캠핑조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었다.
유루캠의 한 장면처럼 언젠가 저 풍경 속에 들어가려면, 내 머릿속은 복잡하게 움직이기 시작해야 했다. 후지산의 일기, 아이의 학사일정, 남편의 해외 출장일정, 캠핑장 일정, 비행기, 숙소... 그래. 나에겐 일본전문가인 친구가 있었어. 친구 모스랑도 의논을 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