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by 물빛

잃어보기 전에는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 즉 체력이다.


체력이 강하다 여기고 살았던 적은 없었다. 배앓이는 단골이고, 계절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다. 신체 능력으로도 달리기도 꼴찌에 가까웠고, 공 던지기는 아무리 연습해도 코 앞에 떨어져서 실망을 하곤 했다. 대신에 학창 시절 체력장에서 빠지지 않던 종목인 오래 매달리기와 오래 달리기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잘했다. 체력이라기보다 끈기나 의지가 더 강한 타입이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고 난 후에서야 어릴 때 그렇게 싫었던 등산이 학창 시절을 버텨준 내 체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건강이 나빠지고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신체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생활을 짓누르는 마음의 어려움들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더욱 강력하게 삶에 영향을 미친다. 저도 모르게 의욕이 없어지고, 잠에 빠져들기도 하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스스로를 옥죄는 일도 생긴다. 무기력증이 심하거나, 우울증이 심해지면, 몸을 일으켜서 하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지기도 한다.


둘째가 힘든 상황에서 전학을 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을 하려고 노력할 때였다. 임시로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본가까지 꽤 먼 거리인데도 운동삼아 걸어오겠다고 스스로 제안을 했다. 가끔 데리러 가기 곤란한 상황도 있을 때라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한편 걷기에 좋은 도로상황은 아니어서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주 1~2회 시작한 편도 걷기가 왕복 걷기가 되었고, 언젠가부터는 달리기도 하면서 속도를 붙여갔다. 6개월 정도 그 생활을 하다 본가로 재이사를 하고는 운동구간을 바꾸었다. 해운대 바닷가를 달리기로 한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평일에는 운동하기 곤란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이용해서 해운대 바닷가 쪽으로 뛰면서 서서히 거리를 늘려갔다. 점점 달리는 속도도 빨라져서 같은 거리라면 더 일찍 돌아오기도 했다.


작년 여름방학에 필라테스를 수업을 처음 시켰을 때, 몸의 균형이 많이 틀어져 있었고, 코어 힘도 별로 없었다. 둘째는 가을 학기에도 주말 달리기를 꾸준히 지속하였다. 그리고 가족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꾸준함의 힘이 정말 놀랍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겨울방학에 다시 필라테스 수업을 받게 했다. 몸이 이전에 비해 많이 반듯해졌고, 힘도 상당히 강해졌다. 그뿐인가. 체력의 힘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의 힘도 함께 키워주었다. 다시 올해의 여름방학. 시간이 없어 단 한번 필라테스 수업에 보냈다. 눈에 띌 정도로 팔과 다리가 단단해졌고 근육이 생긴 듯했는데, 정말로 근력이 늘어 있었다.


둘째는 날씨가 많이 추워진 요즘도 집을 나서며 말한다.

"정말 나가기 싫지만, 운동 다녀올게요. 체력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 너무 잘 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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