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함을 느끼는 팀장님에게
자기 고백을 해 봅니다. “저는 느린 사람입니다.”
이런 저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효율성을 자주 생각합니다. 마감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즉시 시작합니다. 메일이 오면, 수신여부를 회신하고, 해야 할 목록을 빠르게 지워 나가려고 시간을 사용합니다. 하루 일정을 제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라면, 거의 대부분 오전 시간은 바쁘고 저녁 시간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느린 사람이더라고요. 책 읽는 시간도 느리고, 생각도 느립니다.
어렸을 때 풍경을 그리는 사생대회가 있었는데, 시간 내에 제출하지 못하게 될까 봐 주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 적도 있습니다. 기억에 왜곡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시간 안에 제출하지 못한다는 불안감보다 주변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제 일련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니, 저에게 중요한 시간은 ‘빠르다’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채운다’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갑자기 여백의 시간이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채웁니다. 무엇이라도 하고 있더라고요. 무엇을 한다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이 감정이 무엇일까 들여다보는데 떠오릅니다. ‘공허함’
공허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으세요?
공허한 감정은 방향성을 잃었을 때, 사람들과의 연결성이 희미해지고, 존재에 대해 인정받지 못할 때,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낄 때, 실패의 좌절감을 경험할 때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왜 하는지 모르고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고, 혼자 일하거나 혼자는 아니지만 연결감이나 소속감이 부족해도 느낄 수 있는 것이 공허함이겠네요.
“팀장 역할을 열심히 할수록 팀원들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팀원들만의 단톡 방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허전한 마음이 듭니다.”
갑자기 올라오는 이런 감정과 생각들을 무시하고, 무엇인가에 더 매진할수록 공허함은 더 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허함이 지속되면 불안정함에서 오는 감정들로 불편하고, 슬프고, 우울하고, 되도록 많은 것들을 통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럴수록 공허함은 더 커지는 것이죠.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나의 공허함은 어디에서 오는지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최근 저의 공허함은 2가지에서 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준이 밖에 있는 것과 시간을 채워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
기준점을 밖에 두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 마음속으로 질문합니다. ‘나는 어때?’
시간을 채운다는 것을 발견하면, ‘멈추는 것도 하는 거야.’
이렇게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니 공허하다고 느끼는 시간을 또 다른 분주함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나 생각을 조절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호흡도 느려지게 됩니다. 저의 속도를 찾게 되는 거죠. 빨라야 한다는 생각에 제 몸을 그래도 맡기지 않는 것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온 쪽을 본다고 합니다. 걸음이 느린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는 행동이라고 하죠. 나의 영혼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모두 자기만의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리다, 빠르다 2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죠. 10점 척도로 볼 수도 있고, 오늘의 속도를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나의 속도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뛰고 있다면 잠깐 멈춰서 방향도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도 살펴보고, 자신의 호흡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