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 내용은 올해 지금까지 있었던 일 가운데에서 기억에 남는 다섯 가지 사건을 모아 소식지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간단하지요? 당연히 휴대폰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일 다섯 가지를 골라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봅시다.
대부분 어렵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지요? 봄에 있었던 일, 예를 들어 큰 프로젝트를 맡았을 수도 있고 가족 중에 누군가 아팠을 수도 있겠네요. 여름휴가, 추석 이야기, 벌써 추석이 지났다니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들 올해 있었던 많은 일들이 떠오르시죠?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에 맞는 일만 남기고 나머지는 깔끔하게 지워봅시다.
첫 번째 조건은 공통된 장소입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어야 합니다. 학교면 학교, 회사면 회사, 집이면 집,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지만 그곳에서만 일어난 일이어야 합니다. 아, 워크숍이나 여행 같은 구성원과의 장소 이동은 괜찮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사람입니다. 구성원들이 같이 있었던 일이어야 합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모두가 알 수 있는 일이어야 정하는 의미가 있겠죠? 나만 빼놓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면 좋아할 사람 없습니다. 같이 생활하는 사람을 배려하여 기억을 떠올려봅시다.
세 번째 조건은 가급적 사건의 성격이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유전자에는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잘 기억된다고 합니다. 아주 옛날부터 위험할 때 대처를 잘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사건을 많이 기억해야 행복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 조건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나의 기억을 떠올리되 상대방도 비슷한 감정으로 이 사건을 기억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나만 재미있었어, 나만 즐거웠어, 그런데 다른 사람은 하나도 재미없었어, 그러면 선정할 수 없겠지요.
올해 한 것은 이것저것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선정하려니까 생각이 안 난다고요? 너무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러신 것 아닙니까?(웃음)
반복되는 일상에 생각보다 많은 사건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세 가지 조건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지요. 학생들도 체육대회와 같이 반 전체가 함께 운동한 일, 쉬는 시간에 있었던 누군가의 재미있었던 일탈적행동, 수업중 활동의 일환으로물건을 사고팔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꼈던 일 정도로 다섯 가지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처음에 가장 많이 이야기가 나왔던 여름휴가는 각자의 경험으로 생각과 느낌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공유할 추억이 많이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큰 싸움이 일어나지도, 서로 멀리하거나 싫어하는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떠오르는 임팩트 있는 사건은 많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재미있다고 떠올린 일도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선정하고 싶은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가족끼리 한 건 그래도 좀 많은데......"
이러면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데
"올해는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었네."
이런 말을 들으면 대꾸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아 난감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게 재미있었다고 하네. 넌 어땠는데?"
"아직 두 달도 더 남았으니 이제부터 만들면 되지!"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힘들었던 일도 고생이라 생각하지 말고 그 안에서 뭔가 좋은 점을 찾아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데 다 찾아내잖아."
이렇게 위로와 격려를 해봅니다. 너무 틀에 박히고 인위적인 느낌이 나나요? 저도 그것이 한계인걸요.
올해 있었던 일을 열심히 떠올려봅시다. 기억이 안 나면 한 달 한 달을 세어가며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자, 2023 TOP5 다들 정하셨나요? 쓰신 분도 계시고 다 못 쓰신 분도 계시네요. 못 정했다면 다음 시간까지 숙제입니다. 친구들, 가족들,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다음 시간까지 정리해 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