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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Oct 12. 2023

글을 쓴다고?

쉬는 시간 마음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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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해?"


 "한 10명? 음... 가족, 친구들을 합하면 30명은 되지 않을까?"


 "그들이 다 너를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 있어?"


 "대부분 좋아하지 않을까?"


 "그건 모르는 거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지 않는 것은 다르니까."


 "그렇게 나누는 건 무슨 심보야?"


 "글을 쓸 거라며. 글을 읽는 사람이 좋아해 줘야 쓸 수 있지 않겠어?"


 "꼭 그렇지만은 않아.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거지. 일종의 취미나 자아실현 같은 거랄까?"


 "사람들이 네 글을 싫어한다면?"


 "왜?"


 "사람이 끌리는 건 재미있거나, 이득을 보거나, 우월감을 느낄 때 일거야. 물론 오래 보아 와서 편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그런데?"


 "사람들은 낮은 사람이 상승하거나 높은 사람이 추락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너는 낮은 쪽이야, 높은 쪽이야?"


 "난 좀 애매하네."


 "어중간하지. 너는 높아질 일은 없고 낮아질 일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추락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끌릴 게 없지."


 "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쓰면 족하다고."


 "뭘 쓸 건데?"


 "글쎄,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리해서 쓰고 싶은데 시작은 일상 이야기를 써볼까 해."


 "앞서 어중간하다고 했지만 사실 넌 많은 걸 가지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넌 일단 결혼을 했지. 아이도 있어. 부모님도 건강하시지. 가족 간에 마음이 안 맞아 일어나는 일들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큰 소란은 아니지. 목소리가 큰 사람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에 비해 쓸 거리가 없긴 하네."


 "어중간한 이야기를 하면 자랑이 되어버리지. 결혼 때문에 힘들다, 결혼해서 힘들다, 일이 안 되어 어렵다, 큰 갈등이 있다, 병이 있다, 이런 게 이야기가 되는데 넌 뭐에 해당되지?"


 "......"


 "어중간한 자랑은 남들이 싫어한다고. 다들 힘들다는데 혼자 '난 그럭저럭 살만해. 괜찮은 것 같은데?' 이러면 누가 좋아하겠냐?"


 "나도 걱정은 있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야? 내가 아는데 네 걱정은 다른 사람들한테는 별로일걸. 괜히 말해봐야 남들이 고깝게 본다고. 그런 걸로 걱정이라니 어이없다 하겠지. 글을 보다가 짜증이 나서 싫어할 수도 있어. 넌 다른 사람에 비해 문제 되지 않을 걸 많이 갖고 있는 게 문제야."


 "어렵네. 글 쓰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넌 글 쓸 때 너무 힘이 들어가. 고치고 고치다가 버려두잖아. 그러지 말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걸 쓰라는 거지."


 "그러면서 남들이 좋아할 만한 걸로? 올라가거나 떨어질 거? 그런 게 있나? 편하면서 온도차가 큰 거."


 "그걸 찾아야지."


 "남들은 어떻게 써?"


 "다들 일상이 이야기가 되던데? 가족 이야기, 회사 이야기, 애완동물이나 음식도. 그런데 넌 없잖아. 애완동물도 안 키워, 음식도 주는 대로 먹어, 취미도 독서가 끝이지?"


 "다른 것도 있긴 한데 퇴근하면 애들 일 봐주고 집안일도 좀 해야 하니까 아직 다른 취미 하기에는 어렵지."


 "따분한 일상이군."


 "그렇게 따지자면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거잖아.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일상일 텐데. 매일매일 신나는 환상의 동화 속 세상이 아니라고."


 "그런 글이 의미가 있어? 꼭 써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거야. 이런 글 홍수의 시대에 말이야."


 "......"


 "네가 종이에 쓰든 인터넷에 쓰든 자원 낭비야. 인터넷의 텍스트조차 저장하는데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아? 그렇게 까지 해서 뭘 써서 남기고 싶은 건데?"


 "글쓰기는 그냥 본능이야."


 "너는 이야기를 끌어갈 재능이 없어. 그건 선택받은 사람이 하는 거라고. 일상에서 한 점을 잡아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사람 말이야."


 "그건 전문 작가고."


 "넌 재능도, 경험도 부족해. 솔직히 말해 이야기가 단조롭고 시시하다고. 나와있는 책들을 봐. 이미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책에 써 있어. 재미있는 책도 넘쳐난다고. 우린 독자 일 때 가치가 있는 거야."


 "...... 그래,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지. 예전에도 말이야."


 "무슨 소리야?"


 "넌 아주 고리타분한 옛날 옛적 이야기를 하고 있어. 마치 선택받은 사람만이 가치 있고 히스 스토리가 된다는 선민사상 같은 이야기 말이야.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만 역사라고 일컫던 시대가 있었지. 그런 것만을 읽고 듣고 외우고 공부를 강요했었지. 너 그 시대에서 왔구나."


 "......"


 "그런 사상의 시대는 끝났어. 더 이상 한 두 명의 이야기로는 흘러가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금은 오히려 옛날 있었던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궁금해하고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을 역사라고 해. 이제는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모두의 시대로 변했지."


 "......"


 "나의 이야기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 읽히지 않을지도 모르지. 너의 말대로 지구상에서 차라리 없었으면 좋았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기에 의미가 있는 아이러니지."


 "또 이상한 소리 한다."


 "내가 역사는 조금 아는데 과연 그 사람이 있었기에 시대가 발전하고 변화했을까? 그 사람만이 가능했을까? 물론 한 사람의 뛰어난 업적은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합친 것보다 더 크고 어마어마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한 사람 때문에 변화하지는 않아. 그 사람은 단순히 쓰인 것뿐이야. 그 사람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거라고."


 "여전히 말이 안 통하네. 시대마다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니깐."


 "처음 불을 지핀 사람의 이름을 알아? 처음 움집을 만든 사람은? 알 수가 없지. 문자가 없었으니까. 문자는 누가 만들었지? 그것도 알 수가 없어. 하지만 알 수 없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니야. 처음에 누군가가 한 노력 위에 노력이 더해졌지. 그 노력 위에 또 노력이 더해졌고. 계속 노력이 더해져 변해왔지. 이러한 방법으로 인류는 지구라는 파랗고 작은 별에 적응을 해 지금까지 살아오게 된 거야."


 "그래서 너도 노력을 하나 더 하고 있다는, 그 말이야? 조그마한 의미가 있으니까?"


 "노력이나 의미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내 글은 미미하지. 그냥 일 없이 쓰는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취미나 자아실현 같은 거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의미가 된다면 좋겠지. 물질적인 게 아니라 위안이나 그런 거. 소소한 마음이라도."


 "아무도 안 볼 건데 무의미한 짓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골프나 다른 것도 마찬가지 아냐? 조그마한 하얀 공을 있는 힘껏 쳐서 홀에 넣고 다시 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그거랑은 다르지. 그건."


 "다 같은 거야. 멀리서 보면 지구라는 행성은 언젠가 소멸하고 우리의 존재는 그보다도 훨씬 더 일찍 죽어서 사라지게 될 텐데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왜 사는데?"


 "또 말 돌린다. 참 답답하다니깐."


 "나 이제 수업 시작해야 된다. 들어가."


 "그래, 오늘도 수고하라고."


 "그래. 안녕."


 "안녕."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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