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늦었어?"(지각한 학생에게)
"엄마가 안 깨웠어요."
"숙제 왜 안 했어?"(숙제 안 해온 학생에게)
"학원에 갔다가 시간이 없어서요."
위의 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새 학생들의 대답인데 교사 입장에서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마 저를 포함한 기성세대가 원하는 대답은 아래와 같을 텐데
"죄송해요. 늦잠을 자서요. 내일부터는 지각 안 할게요."
"죄송해요. 어제 피곤해서 잠들어서요. 다음부터는 해 올게요."
요즘 학생들은 건조할 정도로 컴퓨터처럼 대답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의문이 듭니다.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해 보자."
"다음부터는 해 오려고 노력해 보자."
과연 이 말이 의미가 있을까요? 위의 경우 정작 보호자는 깨우지도 않고 숙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일 텐데 말이죠. 학교에 상담 와서 가정통신문이나 알림장이 안 보고 학생이 요새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부끄럽지도 않게 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앱으로 다 보내는데도 말이죠.(그러면서도 이제는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혼내면(?) 안 되는 문화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학교에 지각하면 교실 뒤에서 손들고 서있는 벌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언제 자리로 들어가라고 하실지 감히 묻지 못하고 무한정 기다려야 했습니다. 숙제를 안 해오면 손바닥을 맞았죠. 요새는 어떤 방법이 올바르고 효과가 있을까요?
때리면? 큰일 납니다.
꾸중은? 큰 목소리로 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이르면? 이미 위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입니다.
이론상 가장 문제가 없는 방법은 객관적으로 기록해서 보호자에게 알려는 것입니다.
'11월 10일 OOO학생 9시 15분 등교'
'11월 10일 OOO학생 사회 과제 미제출'
이렇게 말이죠.
생활기록부에 누적 기록을 적어두고 학기가 끝난 뒤 가정에 보내는 통지표로 보내는 방법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 문화를 받아들일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지각을 자주 하며 조사 과제를 학교에서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제출하거나 기한을 넘기고 때로는 형식과 조건에 맞지 않게 작성하여 제출함.'
이렇게 통지표에 기록되어 영원히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면 지금처럼 학교생활기록부가 언제든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상 학생의 흑역사는 박제됩니다. 훗날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대입이나 취업, 혹은 다른 부분에서 생활기록부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학생부에 부정적인 문구가 있으면 원망 섞인 생각이 들 것입니다.
'굳이 이걸 적었어야 해!'
라며 말입니다.
사실 이는 본인의 책임이지만 미성숙한(정신적으로) 학생들은 누군가(대개는 가족, 그중 부모님)가 도와주거나 해줄 수 있거나 혹은 본인이 원한 상황이 아니라는 핑계를 떠올립니다. 엄마가 안 깨워서, 원하지 않는 학원을 많이 다녀서 등이 될 수 있겠죠. 반대로 부모님이 관심이 없어서, 형편이 좋지 않아서도 마찬가지의 이유입니다.
책임은 누구나 지고 싶어 하지 않는 본성입니다. 쾌락을 좇고 방탕을 추구하는 것은 동물적인 성질의 것이지요.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아침에 더 자고 싶고, 건강을 생각해도 운동은 하기 싫고, 공부는 하기 싫고 놀고 싶은 것 등은 누구나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잘 넘기신다면 엄지 척을 드리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들을 하는 이유는 미래를 생각하고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날 일이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책임을 대신 져준다면? 그래서 생각을 멈췄다면?
저는 이 부분이 현재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중 일부입니다.
장점과 단점을 기록하되 단점을 기록할 경우 변화가능성을 함께 입력한다.
이에 따라 위의 단점을 다시 쓴다면
'지각을 자주 하여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며 조사 과제를 학교에서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제출하거나 기한을 넘기고 때로는 형식과 조건에 맞지 않게 작성하여 제출하며 이러한 행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없음.'
이렇게 됩니다. 그럼 학부모님의 반응은
"얘! 이게 무슨 망신이야!"
"도대체 어떻게 학교에서 생활한 거야!"
라고 하실까요? 아니면,
"아니, 우리 애 망치려고 쓰신 거예요?"
"우리 애 나중에 잘못되면 책임지실 거예요?"
라고 하실까요?
아마 아래의 반응이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교사? 학부모? 관리자? 정답은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그들은 책임지는 것을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가르쳐줘야 하지만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 현재 교육 환경의 현실입니다.
학생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대해 학교에 항의하거나 학생 잘못을 학생 대신 상대방에게 사과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을 같이 들추는 학부모의 행동을 보며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대입에, 혹은 나중에 사회생활에 문제가 될까 학생 대신 전전긍긍하는 부모를 보면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잘못한 일로 이유를 물어보면 입을 다물거나 다른 사람의 잘못을 먼저 말하는 것은 비단 한두 학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먼저 잘못했지만 쟤도 절 기분 나쁘게 했잖아요."(본인이 잘못을 한 후 상대방이 한 언행을 두고)
우리는 책임을 무엇이라 가르쳐야 할까요?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데 먼 미래는 고사하고 바로 몇 분 뒤의 일은 예측할 수 없는, 아니 예측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요? 이들이 성장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사회에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을까요?
현재 학생들은 정말 귀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들의 인생은 대신 살아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