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몸을 기울인다는 것

by Remind

강습이 끝난 탈의실의 공기는 뜨거운 수증기와 샴푸향, 그리고 약간의 노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윤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 혜진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서윤 씨, 오늘 호흡 연습 어땠어요? 저는 물배만 잔뜩 채웠네요."

혜진의 유쾌한 푸념에 서윤은 웃음이 터졌다.

"저도요. 그래도 지난번보다는 나았어요. 혜진 씨는 발차기가 좋아서 금방 할 것 같아요."


서윤의 칭찬에 혜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요? 다들 제가 물장구만 요란하게 친다고 하던데."

그 한마디에 둘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서윤이 짐작했던, 직장에서 빈틈 하나 없을 것 같은 모습과는 달리, 이곳에서의 혜진은 솔직하고 친근했다.


"다음에 시간 괜찮으면, 끝나고 커피라도 한잔 할래요? 강사님 칭찬도 하고, 흉도 좀 보게요."

혜진의 스스럼없는 제안에 서윤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관계.

그것은 서윤에게 낯설지만 기분 좋은 온기였다.


다음 강습 시간, 초급반 레인에는 묘한 자신감이 감돌았다.

호흡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는 안도감, 이제는 제법 물과 친해졌다는 뿌듯함이 모두의 얼굴에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강사의 새로운 과제에 곧바로 흔들렸다.


"자, 오늘은 킥판을 길게 잡고, 사이드킥을 연습하겠습니다. 몸을 옆으로 눕히고 시선을 레인, 한쪽 귀는 물에 붙인다고 생각하세요."


강사의 시범은 평화로워 보였다. 킥판에 한 손을 않고 옆으로 누워 유유히 발차기를 할 뿐이었다. 하지만 서윤이 직접 물속에서 시도했을 때, 세상이 기울어졌다.


몸을 옆으로 트는 순간, 온몬의 근육이 저항하듯 뻣뻣하게 굳었다. 익숙한 수평의 세계가 무너지고, 옆으로 쓰러져 가라앉을 것 같은 불안감이 덮쳐왔다. 안정적이었던 킥판은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자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가라앉기 일쑤였다. 귀에 찰랑거리는 물의 감촉, 바닥이 아닌 수영장의 벽이나 레인을 봐야 하는 낯선 시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몸은 자꾸 가라앉았고, 몇 번 발차기를 하기도 전에 균형이 무너져 일어서기 바빴다.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생각하고 힘을 빼야 해요."

김영훈 강사가 지나가며 툭 던진 조언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몸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가라앉고 일어서기를 수업시 반복한 끝에 겨우 레인 끝에 도착한 서윤은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저편 상급반 레인으로 향했다. 물고기처럼 유려하게 유영하던 할아버지가 부드럽게 몸을 좌우로 돌리며(롤링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멀리 보였다.


이전에는 그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그의 못브이 다르게 보였다. 저 자연스러운 롤링은 처음부터 저랬을 리가 없다. 저 유려함 속에는 분명, 지금의 자신처럼 옆으로 눕는 것조차 어색해하며 수없이 균형을 잃던 날들이 켜켜이 쌓여있을 터였다. 그의 완벽한 현재가, 자신의 서툰 과거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서윤은 문득 깨달았다.


그 생각에 미치자, 기묘한 용기가 솟았다. 서윤은 다시 킥판을 잡고 물에 몸을 뉘었다.


'침대에 누운 듯 편안하게.. 힘을 빼고...'


강사의 말을 되뇌며 버티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오히려 물에 온전히 맡겨보기로 했다. 긴장을 풀고 기울어짐을 받아들이자, 아주 잠깐이었지만 몸이 가라앉지 않고 옆으로 떠 있는 감각이 느껴졌다. 완벽한 자세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분명 두려움을 이겨낸 새로운 균형이었다.


강습이 끝난 후, 서윤과 혜진은 샤워를 하며 오늘 강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 사이드킥 너무 힘들지 않았어요? 얼마 가지도 못하고 계속 가라앉고 또 가라앉고.. 이게 맞나 싶어요."

혜진이 웃으며 말자, 서윤도 따라 웃었다.

"침대에 누운 것처럼 누우라는데, 물이 어떻게 침대가 되겠어요. 가라앉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서툰 실패를 공유하고, 아주 작은 감각을 나누는 것.

그것은 멋진 수영을 동경하는 것과는 다른, 진짜 성장의 즐거움이었다.

둘은 함께 웃으며 다음 도전을 기약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6화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