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2
발단은 육즙을 가두기 위해 고기 겉면을 바짝 익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꽤 비싼 고깃집을 갔을 때 고기를 구워주시는 실장님이 동일한 이야기를 했을 때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자료를 훑어본 지금은 이 말만큼 귀에 거슬리는 말이 없다. 일단 고기를 굽는 과정을 아래 3단계로 나누어서 하나씩 이야기해보자
searing
마땅한 번역을 구하지 못했다. 사전을 찾아보면 '태우기'라고 하는데 한국어에서 태운다는 의미는 못 먹을 정도로 구운 상태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 적당하지 않다. 아마 '살짝 태우기'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하는 이유가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여러 실험을 통해 무려 100년 전에 이는 미신이라고 결론 났다. 이 과정은 고기 겉면에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고기의 풍미를 더할 뿐 육즙을 풍부하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cooking
익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searing을 하면 맛이 좋아진다고 했으니 고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태우면 가장 맛있게 고기를 굽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타버린 고기는 아깝더라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강한 열로 고기 겉면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맛이 좋아지지만 계속 겉면을 태울 수는 없으니 속을 익히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고기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서 건너뛸 수도 있다고 한다
resting
식히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다 익은 고기가 더 좋은 맛을 낼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과정이다. 누군가는 이 부분을 고기 굽기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너무 뜨거운 음식의 온도를 낮춰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익히는 과정에서 중간으로 몰린 수분을 다시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https://thehealthybutcher.com/blog/the-fundamental-principles-of-roasting/ 를 참고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굽기'에 대해 가장 정리가 잘 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