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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비카 카페인 Jul 08. 2018

투명성의 힘

2018.07.08

예전 회사가 있던 빌딩에는 투명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한 쪽면이 유리로 된 불완전한 투명함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의 여섯 면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를 감싸고 있는 기둥과 천정도 모두 유리로 된 말 그대로 투명한 엘리베이터였다. 


처음 그 엘리베이터를 본 사람들은 속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에 신기함과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 없다. 하지만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는 생활인들에게는 자기 똥을 주워 먹는 시골 똥개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는 아무리 봐도 멍청했다. 총 세 기가 운행 중인데 1층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빈 엘리베이터가 1층을 지나친다. 그리곤 민망하게도 사람들이 가득 찬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선다. 


답답했던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관리하는 직원에게 항의하듯이 문의했다. 도대체 우리 회사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멍청하냐는 질문에 그 직원은 회사의 엘리베이터는 다른 엘리베이터들과 정확히 동일하게 작동하지만 단지 모든 면이 투명하기 때문에 그 작동과정이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우리 엘리베이터는 특별히 멍청하지도 뒤떨어지지도 않았다. 단지 다른 엘리베이터들보다 부조리가 모든 사람들 눈에 잘 보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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