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첫째 딸은 초등학교 4학년 말부터 달라졌다. 나의 한 마디에 눈물을 글썽이며, 주먹을 움켜쥐고, 심지어 째려보고, 부르르 떨더니 "엄마도 못하면서..."를 아주 작게 내뱉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차올랐던 이 말을 뱉고 나자 그 뒤에는 술술이었다.
"엄마가 깨워줬어야지!!!!! 짜증 나!!! 왜 나한테 뭐라고 그래!!!! 지나 잘하지!!!!!!"
기가 차고, 혈압이 오르면서 황당하고, 정말 머리를 한대 쳐주고 싶을 정도로 밉고 화가 났다. 창피하게도 손이 올라간 날도 있었다. 도저히 상식적인 선이란 것이 없는 아이 같았다. 하지만, 이런 폭풍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알았다. 이 아이에게는 이것이 상식이라는 것. 뇌가 자라고, 몸이 크다 보니 감정 조절도 안 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분간이 안 되는 상태가 아이에게는 정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에 플러스로 나라는 사람이 엄마로 있으면서 아이에게 가했던 온갖 분노와 짜증과 만행들을 받아왔으니 이 또한 지금 분출됨이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첫째가 어느 날, 시를 썼다며, 보여줬다. '두 개의 엄마'라는 제목의 시에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아이도 나에게 화를 내게 되기까지 얼마나 참아왔던 것일까.. '딸아, 잘 변했다. 너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사춘기가 지긋지긋한 것이 아니라 딸이 자기로 살고자 용기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첫째와는 조금씩 나아졌다. 아이가 또 미쳐서 날뛰면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싶은 마음으로 보고, 나도 나를 상처 받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거리를 두었다. 그렇게 서로가 진정되면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잘못했다는 말보다는 어떻게 이 상황을 풀어갔으면 좋겠는지로 시작하고, 끝날 때는 고맙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 여가 지나고, 초등학교 6학년부터는 아이도, 나도 존중하며 조율하며 왔다.
현재는 중학교 2학년이 된 딸과 평온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러나, 인생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4학년이 된 둘째가 조금씩 기미를 비치더니, 4월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는데, 언니가 자기 방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화가 나서 소리소리를 지르고, 등교할 때도 항상 타고 가던 나의 자전거 뒷자리를 무시하고 걸어갔다. 뒷목을 부여잡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한 마디를 뱉지 않고 삼키느라 한참을 애썼다. 그래도 엄마가 신경 쓰였는지 저 멀리 눈에 보이는 반경에서 왔다 갔다 하길래 내가 한발 양보했다. 아이도 자존심을 지키며, 여전히 말없이 앞서 가더니, 교문에서 인사도 없이 들어갔다.
'아, 정말, 왜 저러지... 아....'
무너지려는 가슴을 얼른 부여잡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나의 길을 간다. 시작이구나.. 힘내자!!!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에서 기다렸다. 4학년이지만 시간이 될 때는 하교 시간에 종종 맞춰서 나갔었다. 급식을 안 먹고 일찍 나오다 보니 보통 혼자서 나오게 된다. 아침에 쌩하고 들어간 아이가 또 나를 보고 지나치면 내 자존심에도 스크래치가 나겠지만, 기다려 보았다. 엄마의 저력을 이럴 때 보여줘야 하니까.
아이는 웃으며 나왔다. "엄마 안 올 줄 알았는데, 왔네. 고마워, 엄마. 아침에는 미안했어." 지금은 다시 너로 돌아왔구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달콤한 시간을 즐겼다. 즐길 수 있을 때 엄청 찐하게 즐겨야 한다.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니까.
역시나. 오늘 아침에도 기분 좋게 일어났는데 온라인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문을 확 닫아버린다.
'그래, 너도 왔다 갔다 하느라 힘들지.. 엄마도 당황스럽고, 멘탈이 흔들리니 힘들지만, 그래도 엄마가 더 굳세어야지. 이따 마음 풀리면 보자. 엄마도 엄마 좀 챙길게, 이따 봐!!!'
요즘 상담실에 사춘기 자녀와 갈등을 겪는 부모님들 보면 정말 이런 지옥이 따로 없다. 아이가 잔소리한다며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고, 심지어 몸싸움까지도 벌인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살얼음 위를 걷는 부모님과 자녀가 점점 많아진다. 부부 싸움하면 온라인 학습하면서 모아둔 마일리지로 딸기우유 쿠폰 보내주며 얼른 화해하라고 마음 풀어준 덕분에 브런치 십만 조회 수도 받게 해 준 둘째 딸인데.. 엄마도 두렵긴 하다. 사람인지라. 그래도, 지금이 너와 나를 또 성장시켜 줄 절호의 기회임을 아니까. 엄마가 한 사람을 이해하고, 온전히 수용하며,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도록 배우는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