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의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가 내일이면 마무리됩니다. 전격 온라인으로 결정이 되면서 성적표도 받고, 거의 끝이 났죠.
저는 일상에서 마침표 찍는 걸 좋아해요. 어떤 일들이 마무리되면 의미는 무엇인지, 좋았던 것과 배워가야 할 것 등을 정리해 봅니다. 지난 3월부터 기쁨이와 보낸 5달을 돌아보니, 희로애락이 따로 없었네요.
난독증이 있는 둘째는 학교가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어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지금과는 달리, 저학년 때 글자를 자유롭게 읽고 쓰지 못하니 문제가 되었어요. 늘 친구들에게 물어봐야 하고, 학업이나 숙제도 자꾸 뒤떨어졌어요. 내내 담임 선생님들도 이해와 포용이 넓은 분들보다는 원칙과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셨어요. 어떤 분이 더 좋다라기 보다는 아이의 특성상 후자의 성향이 강하신 분들은 자꾸 부딪히게 마련이거든요. 친구들보다 이해와 행동력이 다소 늦는 편이다 보니 혼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많았어요. 선생님들께서도 20명이 넘는 아이들을 함께 지도하시니 힘드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학교를 즐겁지 않을 곳뿐만 아니라, 두려운 곳, 혼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곳이 되었죠.
작년에는 코로나로 등교하는 날이 거의 없었다 보니 무사히 마쳤지만, 올해는 등교일이 2/3가 되다 보니 초반 아침시간마다 난리도 아니었어요. 학교 가네, 안 가네, 울상과 오만가지 감정을 온몸에서 뿜어내는 아이를 학교 안으로 밀어 넣는 것만 같아 제 맘도 편치 않았습니다. 방법은 찾지만, 이사, 전학도 만만치 않아 고려의 대상으로만 두었죠.
그래도 아이랑 제가 참 열심히 노력했나 봐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는 극강의 스트레스를 발산하고, 저는 극강의 인내심과 유연성을 발휘하게 해 줬습니다. 등하교 때 시간이 되면 배웅을 나갔고,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과 관심분야에 더 적극으로 호응해 줬어요. 글자 읽기가 어려웠지만, 게임이나 영상에서는 막힘이 없으니 좋아하는 부분들 더 지지해 주며 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아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엄마, 상은 어떻게 탈 수 있어?"
"뭔가를 잘하면 탈 수 있지. 궁금했어?"
"우리 반 00는 독서록을 53개를 썼대. 그래서 상 받았어. 나도 2학기에는 한번 도전해 볼까?"
"정말? 우리도 하면 되지~ 독서록 53개 도전!!! 우리 딸도 상이 받고 싶었구나."
"아니, 응. 한번 해 보고 싶어 져서^^"
저는 이 순간, 아이가 상을 타 온 것보다 더 기뻤어요. 뭔가 해 보고 싶어 졌다는 아이, 스스로 해 보겠다는 아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어요. 수학 경시대회, 과학 발명대회, 논술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의 내로라하는 거창한 상도 대단하죠. 하지만, 저는 아이가 선택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힘도 멋진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잖아요.
4학년 1학기, 뭔가 아이와 저의 삶에 터닝포인트가 되고 있어요. 아이의 난독증을 알고, 더 힘든 분들도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 했지만, 솔직히 나락으로 떨어졌어요. 저의 정신력이 약한 탓일 거예요.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하는데, 제가 헤매고 다니니, 아이도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서, 지금 이런 순간들이 더없이 감사합니다. 남들 보기에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저와 딸은 서로를 믿고, 함께하며 굳건히 나아갈 토대를 다지고 있어요.앞으로 어떤 것도 무섭지 않은 마음입니다.
살다가 때로 돌에 걸려 넘어질 때, 혼자 못 일어날 때는 꼭 옆의 아이 손 잡고 일어날 거예요. 아이가 또 넘어질 때는 제가 꼭 잡아주고요. 그렇게 아이와 손 꼭 잡고 걸어갈게요. 그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로, 감사하며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