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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Sep 07. 2021

초4는 등하교 배웅하면 안돼요?

2학기가 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된 탓에 이번 주에 초등학교 등교가 시작되었어요. 어느 때보다 오지 않길 바랐던 월요일 아침이 밝았고, 한 달 반 만에 등교 준비하고,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와 저는 집을 나섰습니다. 자전거의 번호 자물쇠를 풀고 딸이 뒷자리 착석한 후, 저는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 학교라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지만 지각이라도 할 세라 1분 1초를 다퉈가며 힘차게 날아갔죠. 중간에 아이와 이야기도 나눠요.


"오랜만에 학교 가니까 이상하다."

"엄마, 나는 아직도 이 시간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학교를 가고 있으면서도 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이 무리 지어 가는 모습들이 보여요.

그중에 아는 남학생들도 있어 제가 더 반가운 마음에 아이들에게 인사도 해요. 정문 앞에 도착해서 딸이 안전히 내리고, 이따 하교할 때 만나자고 약속하며 바이바이 인사를 합니다.   

 

아이가 들어가는데, 그 뒤에 따라오시던 어르신께서 아이에게 물으시네요.


"너는 몇 학 년이니?"

"4학년이요."

"4학년이나 돼서 아직도 엄마가 데려다 주니?"


참 의아하다며 말씀하시고 지나가시네요. 4학년은 등하교 배웅하면 안 되나요? 1, 2학년은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고, 아이가 크면 이상한 건가요? 저도 첫째 때는 2학년까지 배웅해 주고, 그 뒤로는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둘째도 얼른 아침이 되면 혼자서 학교에 가고, 저만의 자유시간을 만끽하길 바랬죠.


그런데, 둘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했어요. 난독증이 있어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독특한 감수성의 아이라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 적다 보니 등하교를 거의 혼자 하더라고요. 자기는 교실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하고, 특히 코로나 이후에 하교할 때는 급식을 먹지 않고 나오다 보니 큰 학교를 뒤로 하고, 아이가 혼자 나와요.


 어느 날, 제가 배웅을 해 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친구랑만 다녀야 하는 거 아니니까 아이가 괜찮다면 제가 같이 다녀도 되겠다 했죠. 다행히 아이도 좋다고 해 줘서 4학년부터는 현관 앞이 아닌 정문 앞에서 인사를 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등하교 배웅 시간이 순탄하지만도 않아요. 사춘기를 지나고 있어서 아침에 마음이 상해 인사도 없이 쌩~하고 들어가는 날도 있어요. 학교에서 기분이 안 좋았으면 집에 갈 때까지 내내 풀이 죽어 있기도 하고요. 딸이 좋아하는 체육 신나게 한 날은 뭐 했는데 재밌었다, 자기 때문에 달리기 이겼다며 재잘재잘 활기가 넘쳐요. 저도 딸의 기분 상태에 따라 냉탕, 온탕을 오가며 짧은 자전거 데이트를 마칩니다. 

 


 가까운 거리에 다 큰 아이를 배웅하는 것이 과잉보호 아니냐 싶지만, 당연히, 제가 시간이 될 때만 가요. 그나마도 온라인 수업하는 날도 많아 따져보면 그리 많지도 않네요.


 친구 없이 혼자 다니는 길에 아이가 속상하지 않을까, 주눅 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이 1도 없다면야 거짓말이지만 딸도 원하고, 좋아한다면 함께 하고 싶었어요. 소외감, 외로움을 혼자서 이겨내라는 식보다는

함께 오가는 시간 동안, 딸에게 어떠해도 괜찮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직은 제가 못 간다고 하면 서운해하는 딸이지만 아마 곧 저에게 나오지 말라고 하겠죠. 제가 따라나간대도 그만 오라고 하는 날 오겠죠.

 너무도 한 명 한 명이 특별하고 개성을 지닌 아이들의 부모로 살면서 사회에서 미리 정해 놓은 편견과 선입견을 따라야만 할까요?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 보다도 저는 아이 마음과의 연결이 더 소중해요. 제가 딸의 마음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역시 스스로를 돌보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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