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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내 생애 가장 잘한 일

by 마음상담사 Uni

어제 인터넷 기사를 읽다가 '딸 따돌림당하는 것 눈치채고... 아빠가 시작한 행동' 제목을 보고 바로 클릭해 보았어요.


http://naver.me/GEAl4g0d

딸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미국의 아버지가 매일 특별한 쪽지를 도시락에 넣어 보냈대요. 690여 장 된다고 하니, 대단하죠~ 그러면서, 딸도 2년 전부터 자신감을 갖고 잘 지내게 되었대요.


이 기사를 보고, '나도 딸에게 매일 쪽지를 보냈었는데~' 생각이 났어요. 저의 책 <화내는 엄마에게>에서도 엄마 마음 치유하는 방법으로 소개했었답니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 급식을 하다 보니 수저와 물통만 가져가면 됐어요. 문득 저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어요. 고등학교 때는 야자까지 있어 엄마가 도시락을 2개 싸주셨거든요. 저희는 딸이 셋이었으니 제가 고3일 때는 총 5개의 도시락을 매일 아침마다 싸주셨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어요. 아이들 소풍 갈 때, 김밥 한번 싸는 것도 걱정하는 저인데 매일 새벽마다 5개의 도시락을 싸 주신 우리 어머님들 정말 대단하시죠.


그때, 다짐했어요. 도시락은 못 싸줘도 마음 따듯해지도록 매일 쪽지를 같이 보내자고요. 작은 포스트잇을 준비해서, 아침마다 두세 줄의 글을 적어서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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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무슨 말 써야 하나 고민도 되고, 딸이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만할까도 싶었지만, 그래도 매일 했어요. 딸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훗날, 먼 훗날 제가 이 세상에 없을 때라도 딸의 마음에 엄마의 사랑을 남길 거라 믿으면서요.


딸이 잘한 일이 있을 때는 칭찬하고, 미덕을 인정해 줬어요. 합창부 연습 성실하게 나가는 것이 고맙다고, 성실과 인내가 대단하다고 써 주죠. 전날에 싸웠으면 미안하다고 사과도 적어요.

'딸, 미안해~ 엄마가 미쳤나 봐. 어제 엄마가 힘들고 지쳐서 너에게 무례하게 행동했어. 마음 풀길 바라며, 이따 웃으며 만나자~'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격려도 해 줘요. 첫째는 학교에서 이어달리기가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이런 날은 응원해 줘야죠.

'딸, 오늘 이어달리기 어땠어? 열심히 달렸지? 엄마가 파이팅 파이팅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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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딸이 6학년 졸업하는 날까지 매일 쪽지를 보냈습니다. 모든 쪽지의 마지막은 '늘 응원하는 엄마'였어요. 어떠해도 응원하고, 열렬히 지지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강렬한 사춘기 시절이었던 5학년 때도 이 쪽지로 잘 버텨낸 것 같아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코로나가 왔고, 쪽지는 잠시 멈췄지만, 아이와의 신뢰는 한층 두텁게 쌓여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4살 아래인 둘째도 학교에 가면서 쪽지를 시작했어요. 둘째는 편식이 너무 심해서 급식을 거의 먹지 못했어요. 감사하게도 선생님의 배려로 도시락을 싸갔답니다. 게다가, 둘째는 난독증이 있고,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어서 쪽지 남길 때마다 간단한 글이지만, 저의 온 마음을 실었어요. 둘째가 글씨를 못 읽으니까 거의 늘 응원한다, 사랑한다 등을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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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겨울 방학이 지나면서 글씨에 자신감이 붙고, 글씨도 적기 시작했는데요. 2학년 마지막 도시락을 싸갔던 날,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도시락을 씻으려고 봤다가 깜짝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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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엄마 사랑해'


딸이 답장을 적어줬더라고요. 첫째와 둘째 도시락 쪽지 총 5년 만에 처음 받아본 아이의 답장이었어요. 둘째가 글씨로 마음을 표현해 줬다는 사실에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저 딸과 엄마로 인연을 맺고 서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이런 추억들은 꼭 기억하고, 저장하려 해요.


딸에게 쪽지를 보낸 아빠의 기사 덕분에 저도 다시 이 추억들을 꺼내 볼 수 있었어요. 코로나로 둘째도 급식이 멈춰졌고, 첫째도 급식실 간다고 쪽지를 못 쓰고 있었는데, 또 아이들에게 마음 표현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매일 1분 투자해서, 아이에게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 표현해 보세요~~ 두고두고 내 생애 가장 잘한 일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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