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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18. 2021

마음속 감정과 욕구를 다스릴 줄 알기

사춘기 아이의 마음이 내 것이 되는 시간

잠시 아지트에서 일하는 중이었는데, 기쁨이가 방금 전화를 했어요.


"엄마, 아까 미안요. 너무 속상했어서.."


 게임에서 자기가 원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렸는데 끝끝내 안 됐어요. 둘째가 엄청 엄청 속상하겠다 싶어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요. 말도 안 하고, 저에게 화가 난 듯, 휙 방으로 들어가고, 문도 쾅 닫고요. 저 때문에 화난 것이 아님을 알기에 말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니까요. 아이 마음에서 불기둥처럼 올라온 속상함, 좌절감, 야속한 감정들이 꺼질 때까지요.


 딱 30분 걸렸어요.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고, 아이 것이 되는 시간요. 이 정도도 기특하네요. 저도 감정조절 못해서 소리 지르고, 정신줄 놓는데 말이죠.


 요즘 승마로 상을 받겠다는 목표가 생겨서 열심 노력 중이에요. 4학년 1학기 마치면서 상은 어떻게 해야 받냐며, 자기도 상 한번 받아보고 싶다더니 금세 목표를 정했어요. 1년이 늦어진 2020년 하계 올림픽의 탁구 경기를 보더니 자기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 보고 싶대요. 저는 이런 기회 절대 안 놓치잖아요.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바로 고민 시작했죠. 그러다 마침 올해 초부터 승마가 자꾸만 떠올랐던 저의 감을 믿고 이야기를 꺼냈어요. 


"승마는 어때?"


 저의 이 생각에 고민을 시작한 기쁨이도 얼마 안 가서 승마로 메달을 따 보고 싶대요. 물론, 피식 웃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올림픽에서 메달 따기가 하늘의 별보다 어려운 일인데 쉽게 이야기하냐고요. 하지만, 저는 메달이 아니라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해 보겠다고 하는 마음을 읽었어요. 그 마음에 반응해 줘야 하죠. 메달 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하는 말이냐며 무시하거나 꿈도 꾸지 말라고 하면 아이는 올라온 욕구를 그냥 눌러 버리고, 수치심도 들 수 있어요. 그리고, 다시는 자기가 꿈꾸고 바라는 것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경기도는 승마를 지원해 주는 곳도 많고, 동물을 좋아하는 기쁨이에게도 딱일 것 같았어요. 기쁨이에게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평가하는 국, 영, 수 점수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요.


 제 예감대로 승마를 경제적 부담은 줄이면서 아이를 지지해 주는 좋은 곳을 찾았어요. 기쁨이도 좋아해서 힘든데도 스스로 가려고 해요. 말고삐를 잡고 말과 능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지금 자신의 마음과도 친해지는 시간, 잘 가고 있네요. 기특하고 고마운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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