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는 질문이 알아차림이에요. 마음속의 감정, 욕구, 생각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해소하지 않으면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되죠. 그럼, 알아차렸을 때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우리 정신건강의 대명사 같은 자존감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아, 또, 그 지겨운 자존감 이야기네.'라고, 떠오르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서점에 가면 널리고 널려 있고, 너도 나도 자존감에 관련돼서 이야기하지만,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하라는 대로 해도 잘 안 되거든요. 자존감 올릴 수 있다 해서 책도 많이 읽고, 일도 열심히 해 보고, 거울 보고 웃어도 보고, 나를 사랑한다 아침마다 이야기도 해 보는데, 언제나 제자리인 것 같아요. 해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또 다른 사람 이야기에 솔깃해서 들어보지만 비슷한 결과니까요. 저의 이야기도 똑같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저 역시 20여 년을 자존감 올리고, 나를 사랑하겠다고 한 우물만 파고, 실제로 상담받으면서 마음이 건강해진 분들 보면서 얻은 결론이라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한 번만 더 들어봐 주세요.
우선, 자존감을 제대로 알려면 머릿속 뇌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저는 심리학 공부할 때, 뇌과학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요즘은 마음과 뇌의 작용을 연결 지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고, 쉽게 풀려서 재밌어졌답니다. 뇌의 발달과정을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뇌는 20대 초 중반까지도 자랍니다. 꽤 오래 발달하죠? 종합적인 사고능력까지 여자는 20대 초, 남자는 20대 중 후반까지 자랍니다. 흔히 남자분들 군대 다녀와서 철든다고 하는데, 군대라기보다는 그 나이쯤이 되어서 뇌의 발달이 완성되어서라고 보시는 게 맞겠죠. 그 긴 과정 중에 처음 10세까지는 우뇌가 우세하게 작용을 해요. 헬렌 S. 정 작가의 <나는 왜 일하는가> 책에서 우뇌는 현재의 순간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고 해요. '바로 여기, 바로 지금'에 대한 것이 우뇌가 하는 일이죠. 우뇌는 수많은 정보들이 감각을 통해 들어왔을 때 그것이 이 현재 순간에 어떻게 보이는가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어린아이들 보면 걱정, 근심도 없는 것 같고 혼나도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좀 더 충실하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어쩜 알아차림이란 능력도 타고 났는데, 열심히 발휘하다가 어딘가로 눌러버리고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다가 10세가 넘어가면 좌뇌의 발달이 우세해져요. 좌뇌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에요. 꼼꼼히 따지고 계산하기를 좋아하고 과거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며 나와 남, 내 것과 네 것을 나누고 모든 것을 옳거나 그른 것, 좋거나 나쁜 것으로 판단하며, 점차 어른으로 살아갈 본격적인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과업이 생겨요. 바로, 내가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다가오는 미래에 준비를 하고 살 수 있겠죠. 요즘은 시기가 빨라져서 10대 초 중반부터 겪게 되는 사춘기가 그 과업이에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것처럼 자신이 누구인지를 치열하게 알아가려 합니다. 이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소스를 찾을까요?
너무도 당연히 그동안 주변에서 들어왔던 피드백들이에요. 누구에게 들었던 피드백일까요? 부모님, 가족, 친구들, 선생님, 친척들에게 들었던 피드백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추리합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격, 능력, 장점, 단점을 파악하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뇌도 자라고 있는 중이다 보니 그렇지 못해요. 부모님이 그동안에 자기에게 했던 반응, 바라본 시각들로 자신을 정의 내리죠.
뇌 과학 박사 장동선 님은 세바시 유튜브 '내 아이의 뇌에 어떤 스토리를 심을 것인가'에서 스토리가 방향성을 만들어 낸다고 말해요. 이야기를 할 때 화자와 청자의 뇌파가 서로 싱크(synchronize)되는 상태로 뉴럴 커플링이 일어나요. 부모, 선생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정보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뇌에 그대로 전달되어 뇌파 일치도가 올라갑니다. 성장기에 뇌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고, 반복적으로 들어왔는가에 따라 아이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이후 경험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춘기가 되면서 부모의 스토리가 아닌 나만의 스토리를 찾아가려 하지만 여전히 성적 위주의 차별과 평가적인 학교와 사회 안에서 온전한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때, 형성된 나에 대한 스토리가 나의 자존감 기초가 됩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이 나에게 한 피드백들로 나란 사람을 정의 내리고, 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해 가야 할지 정하죠. 저는 딸 셋의 장녀였어요. 부모님이 바라는 장녀의 모습이 아니었죠. 동생들 잘 챙기고, 부모님을 도와드리길 바라셨을 텐데, 감정이 강한 편이라 마음대로 안 되면 삐치고, 눈치나 행동이 빠르지 않다 보니까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아빠는 화를 버럭 많이 내셨고, 엄마는 저를 늘 못마땅하게 대하셨죠. 부모님은 다섯 식구 먹여 살리기도 빠듯하셨기에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사치였고요. 이기적이고 못됐다는 부모님의 평가에 저를 인식하고, '나는 이기적이니까 사람들에게 맞춰야 해, 내가 원하는 것만 바라면 미움받을 거야, 사랑받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내 의견을 내세우지 말고, 무조건 맞춰야 해!!!'라고 생각했어요. 대인관계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프로그램을 짜고, 그때부터 시냅스가 활성화됩니다. 점점 자동 반사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10년, 20년, 30년 넘게 굳혀져 오기도 해요. 중간에 여러분에게 뭐라 뭐라고 하는 머릿속의 이야기 들리시나요? 특히,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들려주는 그 목소리가 뇌의 프로그래밍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저는 실수할 때마다 '역시 네가 그러면 그렇지, 또 실수하지, 잘하는 게 없어!!!'라는 목소리가 괴롭혀요. 저처럼 자존감이 낮다고 하시는 분들은 진짜 능력이 낮거나 문제가 있으시다기보다는 어릴 때 받았던 피드백들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들으셨다고 볼 수 있어요.
모든 것이 부모님이 잘못이고, 원망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부모님들도 처음 겪는 역할이라 정신없고, 가장 바쁘고, 예민하던 때에 했던 반응들을 우리의 뇌가 그대로 받아들여서 나라는 사람에 대입을 한다는 것이 키포인트예요. 부모님의 기질, 성격 등이 나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자 평가가 다를 거예요. 그래서, 뇌가 프로그래밍을 만들었을 때는 어설프고, 객관적이지도 않고, 편파적일 수 있다는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이렇게 형성된 나에 대한 프로그래밍이 진짜라고 믿고 산다는 거예요. 어렸을 때의 내가 자라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만큼 뇌 프로그래밍이 수정되고, 오류를 처리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요.
<나는 왜 일하는가?> 책에서도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무의식에 새겨진 대로 우리의 사고는 기계처럼 움직이고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순간순간 알아차려야 해요. 지금 이 순간 뇌의 프로그래밍이 자동으로 작동되면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잠시만 멈춰서 객관적으로 살펴보세요. 앞서 저의 뇌에서 '역시 네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목소리가 들림을 알아차리면, 멈춰서 말해줘야죠. '이전까지 8개 잘했고, 방금 한 개 실수했어. 처음이라 배워가는 중이야. 점점 나아질 거야.' 사실을 뇌에게 알려줘야 해요.
여러분의 머릿속에서 나를 주눅 들게 만들고, 위축되게 하거나 비난하게 만든다면 그 소리는 진짜가 아니에요. 예전의 나에게 어떤 이유들로 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달라졌잖아요. 변화했고, 성장했잖아요. 그에 걸맞은 뇌 프로그래밍을 수정해 갈 수 있어요. AI들이 똑똑하지만, 어떨 때는 진짜 답답하고, 판단도 정확하지 않을 때 있죠. 여러분 안의 뇌도, 차가운 목소리도 그렇다고 보는 거예요. 자존감이 낮다고 우울하고 비관적이었던 분들이라면, 머릿속 차가운 목소리가 또 떠들어댈 때 잠깐 멈추고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를 알아차리고 답해 주세요. '걱정하는 마음 알겠고, 나는 지금 이대로 괜찮아. 실수 통해서 배우고, 잘 해결해 갈 수 있어.' 당당하게 말해 주세요. 우리는 어른이 되었고, 상황이 달라졌어요. 평가, 판단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배워가면 좋을지, 어떤 점을 잘했는지 살펴보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