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Zero 프로젝트 3주 차 마무리
코로나가 2020년을 혼돈에 빠트렸다면 2021년은 달라진 삶에 적응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시간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초, 중, 고 학생은 물론 성인들도 온라인 수업과 강의가 일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요. 상담사들은 매년 2~3차례 이상 소속 학회의 학술대회 등에 참가해서 교육을 받아야 해요. 가끔 국제 학술대회가 열리면 외국의 유명한 선생님께 상담의 이론과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손꼽아 기다리게 돼요. 하지만, 3일이나 되는 시간을 아이들을 내팽개쳐 두고 갈 수 없으니 하루나 이틀만 간신히 참가했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국제 학술대회도 온라인으로 열리더라고요. 아이들 돌보면서도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었답니다. 더구나 강의식이 아닌 집단상담을, 미국에 계신 선생님이 한국에 있는 참가자들과 교류하며 진행하고, 또 몇 백명의 사람들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어요. 미국의 게슈탈트 심리학자인 도로시 찰스 선생님을 이렇게 뵙게 되었는데요. 진중하면서도 따듯한 모습,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제 머리에 입력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3일째 마지막 날에 한 선생님이 용기를 내어 질문했습니다.
"이렇게 편안하게 상담을 잘하시는 비결이 있을까요?"
"상담자로서 잘하려면, 꼭 자신의 상담 작업을 해야 해요. 상담사 스스로 작업하지 않고는 내담자들에게 제대로 줄 수 없어요. 상담사도 상담을 받으며, 내담자의 입장이 되어 보고, 상담사들끼리 소그룹 집단을 하며 각자의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내면을 탐색한다는 것은 평생 일어나는 프로세스이고, 연습이기에 끝이 없어요."
40년 넘게 상담을 해 왔고, 소위 대가라고 불리는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비법은 역시나 특별할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본질을 알려주셨죠. 상담사라고 해서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라고 해서 더 이상 마음 만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말씀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생의 반절을 넘어 내내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만 연구해 온 분들도 이 마음을 다 알 수 없대요. 하물며 저희도 마찬가지겠죠. 마지막 눈 감는 순간까지 우리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은 없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돌봐줘야 해요.
열심히 빙글빙글 돌려 실뭉치를 만들고 있다가 마주친,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속의 미해결 과제를 마주하고,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찾다 보면 '아하!' 하는 지점을 만날 거예요. 묶인 털실을 막 비벼서 느슨하게 만들어 고리를 풀어가듯 미해결 과제 안에 담긴 나의 욕구, 감정을 그대로 보아주고, 알아주고, 느껴주세요. 특히, 어렸을 때 누군가로부터 부당하게 혼이 났거나, 놀림을 받았거나, 분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그때의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을 때 알아주세요.
'억울했구나, 무서웠구나, 분했구나, 창피했구나, 어쩔 줄을 몰랐구나, 외로웠구나...'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인정을 못 받은 것이 서러워 여태 참고 있었던 거니까요. 자기 좀 봐달라고 용기 내어 큰맘 먹고 연못에 돌멩이 힘껏 던지고 기다리고 있던 거니까요. 그래도, 애써 눌러놨는데 다시는 보기도 싫으시다고요? 이 마음도 잘 알아차리셨어요. 다시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때 힘드셨단 이야기로 들렸어요. 근데요, 이거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협박이 아니라 아마 누르고, 눌러도 언젠가 또 기회를 엿보고 신호를 보낼 거예요. 욕구와 감정이란 친구들이 절대 만만치 않거든요.
그렇다면, 좋아요. 시선을 바꿔 볼까요? 미해결 과제가 만들어졌던 상황에서 내가 발휘한 힘은 무엇이 있을까요? 절대로 우리는 힘 없이 당하고만 살지 않았을 거예요. 상대의 행동이 참 아니꼽고 더럽지만 못 이기는 척 받아내 주기도 해요. 당장에라도 머리를 들이박고 싶지만 태세를 살펴서 다음을 기약하며 인내를 발휘하죠. 너무도 무섭고 도망가고 싶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을 빛냈죠. 수치스럽고 당장이라도 사라지고 싶지만 나와 누군가를 위해 이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살아내기도 해요. 자신이 열심히 부딪치고 깨치며 빛낸 힘들을 꼭 저장해 주세요. 우리는 결코 상처를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 상처를 기억하고 회복하고자 하는 힘 있는 존재입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잘못으로도 상처를 받고, 뜻하지 않은 상황들로도 다치게 돼요. 아프니까 다시는 겪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거나, 무조건 피하거나, 방어막을 칠 수 있어요. 또, 우리는 다른 선택도 있어요. 조금만 용기 내어 그때 느꼈던 마음을 만날 수도 있고, 안전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 신뢰하는 전문가와 함께 그 문을 열어서 내게 필요했던 것을 찾을 수도 있어요. 이후에는 경험이 쌓이고, 마음과 한 편이 되어 깜깜한 밤에도 길을 보여주는 등대 같은 지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답니다.
"오늘 상담 시간 동안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세요?"
늘 한결같이 이 질문으로 상담은 시작돼요.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어려워했던 분들이 2, 3회기 만에도 일주일 동안 일상에서 발견한 미해결 과제들을 찾아오세요. 청결에 과민반응을 보일 때, 관계에서 여전히 말로 표현을 못 할 때, 우울한 감정이 극도로 몰려올 때, 상대의 반응에서 불안이 올라올 때, 예전과는 달라진 크고 작은 변화들을 발견했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씀하세요. 미해결 과제를 발견하면 그 순간 마음속에서 '요놈 잡았다.'라는 소리가 들린대요. 호기심을 발동하여 새로운 발명 거리를 찾아온 학생들처럼 빨리 완성하고 싶어서 들떠 있을 때도 있답니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고, 마음에서 빠이빠이 보내주면 가벼워진다는 걸 경험했으니까요.
대한민국의 많은 분들이 꽁꽁 싸매져 있는 마음의 미해결 과제들 풀어가며 점점 가벼워져서 Mind Zero, 평온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순간의 기쁨과 슬픔, 환희와 분노를 온전히 느끼다가도 마음의 중심에 안착해서 텅 비어 있으면서도 꽉 찬 '나'를 만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