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도 어렵다는 사춘기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01
by 마음상담사 Uni Dec 13. 2021
올해로 상담사 18년 차예요. 심리 상담과 함께 임상심리, 예술심리상담을 함께 전공하다 보니 다양한 연령층을 상담했어요. 영유아의 심리검사부터 아동, 청소년, 성인, 부모님 상담까지도요. 그중에 상담하며 가장 어려웠던 분들을 꼽으라면 저는 사춘기 시절의 자녀를 둔 부모님이었어요. 아동, 청소년을 상담하면 40분 진행 후에 부모님 상담을 10분 정도 교육처럼 진행해요.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고, 피눈물을 흘리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고, 방법이 어려워 답답하고, 인내하며 지나가야 하는 시기라 어떨 때는 무력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사이의 자녀와 함께 오신 부모님 중에 아이가 변했다며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또, 사춘기가 올까 봐 두렵다며 미리 내방하시는 분들도 있답니다. 부모님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잘 따르던 아이가 분노의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고, 방문을 잠그려 하고, 조금만 뭐라 해도 신경질적인 말투로 돌아오고, 심지어 친구들한테 하듯 욕을 할 때도 있어요. 예의 없는 행동에 화가 나서 부모님도 분노하면 아이는 이제는 참지 않고 더 안하무인으로 나와요. 부모님도 움찔할 정도로요. 오죽하면 엄마의 올라간 손을 잡는 날이 온다고도 하죠. 집에서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참을 수 있겠는데 친구 관계에서나 학교 생활에서도 삐거덕 대는 일들이 생깁니다. 친구들에게 말을 심하게 하고, 때리거나 싸움이 일어나고요. 학교나 학원 수업을 빼먹고, 결석하거나 선생님들에게도 반항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이쯤 되면 심각하다 생각하고 상담실에 오신답니다.
아동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님과의 관계예요. 상담사와 보내는 일주일의 한번, 40분도 크지만,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적절한 행동으로 반응해 주시고, 따듯한 말과 시선으로만 대해주셔도 효과가 금세 나타나요. 올해 너무도 핫했던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 나온 아이들의 변화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은 상황이 조금 달라요. 아이들도 뇌와 신체적인 발달, 호르몬의 변화 등이 급격한 시기인 데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활동할 수 있는 발산의 경험들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가정에서 감정이 폭발적으로 부딪칠 때가 많답니다. 저도 중학생인 첫째 딸이 5학년 때 사춘기를 겪었는데요. 멀쩡히 있다가도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하면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을 흘리고, 아무 이야기도 안 들리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럽고 이해되지 않는 모습에 저도 폭발하면 그때부터는 답이 없었어요. 또, 말투에서도 소위 네 가지 없게 나오다 보니까 속으로 욱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평상시에 내내 배려하고, 조심하다가도 한 번씩 격하게 충돌하고 나면 서로의 마음에 상처로 남게 돼요. 별 일 아니었는데도 감정이 커지면서 물건이 망가지기도 하고, 몸싸움으로까지 갈 때도 있어요. 더 이상 아이가, 품 안의 아이가 아니니까요.
물론 사춘기라는 시기가 지나고 나면 큰 무리가 없는 경우,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이 신체,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요. 1~2년간의 시간은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만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질 거예요. 인생의 큰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때잖아요.
'나는 누구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바로 내가 누군지 묻는다는 거래요. 십여 년을 살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답을 잘 찾으며 20대를 맞이해야 앞으로의 여정에서 나로서의 좋은 길을 찾아갈 수 있어요. 첫째의 사춘기가 지나고, 현재는 둘째의 사춘기를 보내는 중인데요. 부모로서 이 시간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좋을지 함께 찾아봐요. 저도 정답은 몰라요. 한 명, 한 명이 특별하고 다르기에, 부모님 역시요.
앞으로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게요. 우리, 먼저 중심을 정하고 상황마다 현명한 길을 선택해보아요. 사춘기라는 파도 앞에서도 아이와 함께 든든히 나아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