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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Dec 16. 2021

엄마, 아빠 역할의 지각변동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03

 상담실에는 다양한 상황의 부모님들이 찾아오세요.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 행동이 과격해서 학교와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 상담실 문을 두드리십니다. 그래도, 아동기 때까지는 아이를 도와서 더 좋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세요. 실제로 아동들은 상담을 몇 회기만 진행해도 빠른 효과를 보입니다.      


 자신감이 낮고, 자기표현에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이 점점 생기를 찾고, 밝아져서 상담을 종결합니다. 눈도 맞추지 못했던 아이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발표할 때 항상 뒤로 빼던 아이가 사람들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하게 됩니다. 과격했던 아이들은 순간적으로 올라오는 감정들을 조금씩 조절하면서 문제행동들이 줄어듭니다. 행동이 먼저 나가기 전에, 말로 표현하는 힘을 익히고 관계에서 좋은 경험을 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변하기까지 제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부모상담입니다. 물론, 아동 상담 시간은 당연하지만, 부모님의 변화가 무엇보다 핵심이기에 10분의 부모상담 시간에 집중을 합니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상담시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의 변화가 더디 갈 수밖에 없습니다. 화내는 부모님들의 마음을 보듬고, 아동의 기질과 특성을 이해하며, 자신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용기와 지지를 보냅니다. 부모도 사람입니다. 부모로서 노력해 왔다고 인정받고, 잘 해낼 수 있다고 지지받는 경험이 필요해요. 이 시간을 통해 부모의 틀을 넓힐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틀이 넓어져야 아이와 부모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춘기 학생들의 부모님은 상황이 달라집니다. 갑자기 변한 아이들의 모습에 오히려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리며 오실 때도 있습니다.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착했던 아이가 말대꾸를 하고, 반항을 하고, 심지어 학교를 가지 않으려 하거나 반대로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 선생님의 호출을 시도 때도 없이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님에게 어떤 아이는 “재수 없어, 지하고 싶은 대로 다하지.”등의  말도 서슴지 않고 합니다.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갑자기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기도 하고, 감정을 참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몸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내 뜻대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며, 화를 내도 소용이 없고, 달래도 보고, 협박해도 안 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오르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우리 아이니까요.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가족이니까요.     

 

 상담실에서도 사춘기 학생의 상담은 쉽게 끝나지 않아요. 살얼음판을 걷듯이 언제 일이 발생할지 몰라요. 상담실에서 마음을 풀고 보냈어도 엄마만 만나면 도로 얼굴이 굳어서 짜증내고, 일상에서 변화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도 그동안 화산 아래 부글부글 용암처럼 꾹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폭발하는 겁니다. 위험하게 화산이 폭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산 위에 새로운 길을 내어 안전한 곳으로 흘러가 식혀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때도 방식은 마찬가지예요. 부모님께서 먼저 자기 마음을 보듬고, 아이를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대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이에게 맞지 않았다는 증거니까요. 아이가 강력하게 표현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달라고, 외롭고 극한 시위를 하고 있는 겁니다.               


 상담 초기에 아이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제게 상담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셨던 분들이 계세요. 학습 습관도 여전히 엉망이고 부모에게 말대꾸하고, 실질적인 방법의 조언을 해 달라고 하십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여전히 화가 나 있고,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고, 특히,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예민하고 기질적으로 다루기 어려워서 불만과 스트레스가 높으셨던 를 받으셨던 분들의 경우에는 제 책 <화내는 엄마에게>를 읽어보시도록 권합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차갑고, 마음이 닫혀있는데, 제가 방법을 알려드린다고 해서 아이의 행동이 바뀔까요?      

 아이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부모님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어요. 마치 본능적으로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마음이 아이를 바라보는 진심이 전해지도록, 따듯한 시각이 되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부모님 마음 안에 쌓인 감정들이 어루만져져야 해요. 제 책을 읽으신 분들이 다음 회기에 오시면 얼굴 표정이 먼저 달라져 있으세요. 잔뜩 굳어있고, 긴장되어 있던 부모님의 얼굴이 말랑해지고, 온기가 느껴질 정도로 달라집니다. 책을 읽고 어떠셨는지 물어보면 하나같이 읽은 지 몇 장 안 되어서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고 하세요. 부모로 살면서 느꼈던 자책감, 속상함, 부담감, 어려운 마음들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로 올라왔고, ‘다른 사람도 나처럼 힘들어했구나.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하면서 위로를 받으셨대요.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어디 안 가요. 내가 내 마음을 보아주고, 알아줄 때, 누군가가 공감해 줄 때 ‘안녕~’ 인사하며 사라집니다. 그전까지는 내 마음에 꽁꽁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와서 알아달라고 심술을 부려요.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크게 화나고, 폭발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해소되지 않은 부모님의 감정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아이와의 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거죠. 마음에 쌓여있던 감정을 만나고 해소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게 됩니다. 몸에 있던 긴장도 빠져나가고, 애써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있게 됩니다.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짜증을 낼 때 예전 같으면 화를 먼저 냈을 거예요. 마음을 보듬기 시작한 부모님들은 짜증 나는 아이 마음을 이해해 주고, 기다려 줍니다. 스스로 움직이려 할 때까지 믿어주고,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아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니까 화내는 일도 줄어들고, 아이와 거리가 가까워지고, 손을 잡게 되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님이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아이가 와서 잡아줍니다. 상담 중에도 아이들의 변화가 뚜렷해져요. 가장 먼저 달라진 점이 초반에는 “엄마랑 싸워서 기분 안 좋았어요, 부모님은 저를 싫어해요.”라는 표현이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지냈다고 해요. 부모님이 자신에게 잘해 준 것도 찾게 되고,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스킨십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말도 합니다.      

 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합니다. 부모님께서 마음을 돌보고, 보살피고, 중심을 잡으면 아이는 자연히 자기의 중심을 잡고 갑니다. 부모님을 살피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상담실까지 오지 않으셔도 되도록 알려드릴게요.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결코 달라지지 않아요. 좋은 내용을 실천하고, 실패해도 될 때까지 꾸준히 가본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제가 예전에 유명한 강사님들께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도움이 된 이야기는 자신들도 허벅지 수백 번 꼬집었다는 말이었어요. 저분들도 육아는 힘들고, 수없는 노력과 인내 덕분이구나 했지요. 우리도 가보자고요. 기나긴 시간, 장거리 마라톤처럼 호흡을 조절하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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