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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Dec 23. 2021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이유가 있다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08

'쟤가 도대체 왜 저럴까? 어떻게 되려고 저러지???'


 사춘기 자녀의 급격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 마음에 바로 떠오르는 문장이에요. 저도 첫째의 사춘기를 만나면서 '쟤가......'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었답니다. 저도 그 시기를 겪었음에도 그 생각은 못하고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갑자기 멀쩡히 잘 있다가 어떤 포인트에서 마음이 상했는지 막 화를 내면서 발을 동동 굴러요. 특히 아침에 등교 준비하면서 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든가, 지각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난리가 나요. 제가 한 마디라도 물었다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으로 저와의 싸움으로 번지게 됩니다. 그러니 말을 말아야지 하면서도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저도 뱉어내고야 말아요.


"그러게 네가 준비를 잘하든가, 아침부터 사람 기분 상하게 뭐 하는 거야!!!"


 아이는 울며불며 난리 치다가 현관문 쾅 닫고 나가 버려요. 그 순간, 정신이 돌아오는 건 뭔지요..


'에휴, 조금만 참을 걸. 아침에 잔뜩 기분 나빠서 가면 얘도 힘들 텐데...'

 자책 모드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면 되는데 아이 얼굴만 보면 또 방어태세로 전환하게 되네요. 그렇게 6개월을 보내다 보니 조금씩 요령이 생겼어요. 아이가 '발광'을 시작할 것 같다 치면 얼른 방을 나와서 베란다로 가요. 이어폰을 끼고 이런 순간을 위해 골라놓은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켭니다. 이때 많이 들었던 음악이 이하이의 '한숨'이었어요. 이 노래만 들으면 그때는 눈물이 나서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마음 진정이 안 될 때는 베란다에서 궁시렁궁시렁 혼잣말로 아이에게 욕도 해요. 앞에서 할 수는 없지만 저도 올라온 화 에너지를 풀어야 하잖아요. 감정은 절대 그냥 사라지지 않거든요. 혼잣말로라도 풀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진정된 상태로 아이를 대할 수 있어요. 팟캐스트 방송에 게스트로 참여했을 때 혼잣말로 욕하며 마음을 진정시킨다는 말을 아이가 들은 거죠. 그 순간, 아차 싶었는데 아이는 오히려 해맑게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엄마도 그래? 나도 욕하는데~"


 '그래, 피장파장이구나.' 했죠. 부모 자식 간이라고 서로 사랑만 하고, 존중만 하고 살 수 있나요. 서로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서는 마음에 안 들 때도 있고, 죽도록 미울 때도 있겠죠. 대신 그 마음으로 서로를 상처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수양하면서 관계를 조정해 가야 합니다. 예전에 들었던 아동문학가인 편해문 작가님 강의에서 부모의 삶은 도를 닦는 일이라는 말씀에 한숨은 나왔지만 마음에 내리 남았어요. 도를 닦는다는 것, 결국은 나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는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부모님만 주야장천 참아내야 할까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해가 되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가야 좋을지 방향을 찾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아이의 행동에는 비밀이 있죠. 아이가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철이 없어서 막 행동하는 것이 절대 아니에요. 오히려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삶을 준비하느라 이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사춘기 때는 아이의 뇌로는 안 되니까, 확장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에요. 만 10년 동안 잘 쌓아왔던 뇌 속의 구조들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다시 차곡차곡 재배치를 하는 거죠. 뇌는 20대 초 중반까지 성장해요. 그러니낀 앞으로 10여년동안 담아낼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거죠. 아이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아시겠죠? 뇌의 제2 탄생기라 할 정도로 더 많은 가지와 뿌리를 뻗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요. 종합적인 사고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새로 태어나면서 중요한 것은 남기고, 필요 없거나 쓸모없어진 신경회로, 신경세포들은 솎아내요. 이 일을 하느라 아이가 충동적이 되고, 어떨 때는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기도 해요. 엄마, 아빠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살아갈 준비 중이라 그러다는 것을 꼭 알아주세요.


 이 시기의 경험과 행동습관이 뇌 성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중요해요. 자존감의 기반이 정립되고, 뇌의 발달이 촉진될지, 정체될지 영향을 미친답니다. 우리, 이제 사춘기 아이들 괜히 오해하지 말고, 진짜 필요한 것을 주어요. 아이도 뇌와 신체 구석구석이 크느라 고군분투 중이잖아요.  이제 아이를 볼 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도 살아내겠다고 애쓰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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