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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Dec 30. 2021

사춘기는 타이밍이다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13

 방금 전에 있었던 상황에 마음이 심히 출렁거렸어요. 속에서 부글부글한 것이 가슴 언저리까지 올라와 언제 입 밖으로 튀어나올지 모르니 얼른 일할 채비를 하고, 짐을 챙겨 나와 산책 겸 무작정 걷기 시작했어요. 에스키모인들이 화를 푸는 방법으로 걷는다는 글이 떠올랐거든요.


 에스키모인들은 마음에 올라온 화가 풀릴 때까지 걷다가 풀리면 막대기로 표시를 하고 돌아가요. 돌아가면서 왜 그토록 화가 났었는지 분노의 이유를 돌이켜 봅니다. 화를 사람들에게 푸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 표시해 둔 막대기로 예전보다는 화가 덜 났는지, 더 났는지도 알 수 있고, 마음이 성장하고 있음에 감사까지 느낄 수 있대요.   


 이 글이 생각난 것에 저도 감사하며, 얼른 현관문을 닫고 나왔어요. 동네에 여러 카페들이 있지만, 그중에 제가 찜해 둔 저만의 아지트 같은 곳이 있어요. 운동화로 바닥을 탕탕 치며, 그곳으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아까보다는 좋아져요. 원래 가는 지름길보다는 5분 정도 빙 돌아가며 생각 없이 걷는 시간을 택합니다. 엄마와 어린아이가 손 잡고 가는 모습 보며 '저 때가 좋을 때지.' 중얼거리기도 하고요.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친구들과 지나갈 때는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고 싶다'는 생각에 친구들이 그리워지네요. 


 아지트 카페는 2층이고,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요. 에메랄드 빛 푸른 다이아몬드 로고 덕분인지 왠지 이곳에 오면 마음이 정화되는 곳이에요. 오늘은 지금, 제 마음 빛깔과 닮은 빨강 빛 로즈 힙 차로 손이 가네요. 앵두색 같은 예쁜 빨간색에 미소가 지어지고, 티라이트까지 켜져서 따듯한 차의 달콤함에 마음이 풀어집니다. 

   


 집을 나온 지 30여분쯤 지나 마음을 돌보고,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데 11살 둘째에게 전화가 왔어요.


"엄마, 아까 미안해요. 너무 속상했어서... 그랬어요."


 "아까 그런 것 같더라. 딸이 전화해 줘서 놀랐네. 엄마도 이제 괜찮아. 우리 딸 속상했어서 어떡해!!!"


  감정의 요동침에서 편안한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음에 안도하며 전화를 끊었어요. 딱 30분 걸렸더라고요.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는 둘째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고 몇 번을 도전했는데 끝끝내 안 되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깔깔대며 웃던 아이가 말이 없고, 표정이 어두워짐에 마음이 쓰여 잘 안 됐느냐고 한 마디 건넸죠. 나름 조심스럽게 물었는데도 저에게 화를 내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어요.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까지 쐐기를 콱 박아 버리죠. 아이의 어이없는 행동에 다행히 화가 난 상황을 알고 있어서 저도 맞받아치지 않고 이성적인 제어가 되긴 했지만 날카로운 행동에 상처를 받아요. 엄마도 사람이니까요. 


 "엄마한테 지금 뭐 하는 거야. 너 화난다고 어디서 네 마음대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려. 그러니까 게임을 그렇게까지 하래. 안 될 때도 있지. 그 마음 조절도 못할 거면 하지 마. 게임 금지야!!"


 예전 같으면 이렇게 나왔을 거예요. 씩씩대거나 울고 있는 아이 앞에 가서 저도 속에 있는 말 다 질러 버리고, 아이랑 똑같이 문 쾅 닫고 나왔었겠죠. 마치 제가 아이보다 위에 있다는 듯이요. 이런 저의 모습이 결국은 제 얼굴에 침 뱉기고, 아이한테 준 대로 돌려받더라고요. 뇌가 크는 중이라 자기도 감정조절이 잘 안 되어서 저리 날뛰는 건데, 아이도 저도 생채기만 서로 내는 거잖아요. 누군가 한 명이 멈춰야 하는 거죠. 잠시 멈추고, 중요한 것을 배우고 갈 수 있는 이 타이밍을 잡아야 해요. 아직까지는 이것이 부모의 몫이에요. 

 

 이쯤에서 두 가지 원성이 들려요. 아이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버릇없이 구는 행동은 고쳐줘야 하는데 두고 보기만 해서 되냐고요. 아이들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요. 다만, 불화산 같이 솟아올랐던 감정들이 가라앉은 후라는 거죠. 상담실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기도 그 순간 참고 싶었는데 안 되니까 힘들대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선생님께도 대들거나 부모님과 폭발하게 되는 상황, 심지어 물건을 훔치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의 금지 행동들까지도요. 지난 후에 자기도 잘못한 것을 알고, 창피함을 느껴요. 아이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먼저 사과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할 용기가 아직 부족해요. 그 순간, 함께 휘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감정을 조절하면서 자기와 우리에게 좋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해요.    


 또 한 가지는 부모님도 머리로는 아는데 실천이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도 잘해 주고 싶은데, 그 상황에서 제어가 안 되니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라고 하세요. 몇 번을 참다가도 한 번 부딪치면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듯 다 소용없어지는 것 같으시대요. 알죠. 수많은 육아서와 전문가 강의 등에서 알려줘도, 다짐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아이와의 실전에서는 어렵다는 것을요. 


 이제부턴 부모님의 마음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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