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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Dec 31. 2021

아이에게 화날 땐 번역기를 쓰세요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부모가 되어 가장 뼈저리게 안 사실이 있어요. 제 안에 화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요. 사회생활하면서 화 한번 안 내고 살던 사람이었는데, 엄마가 되고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내던지요. 아이가 실수하고 잘못할 때도 있지만, 아이잖아요. 어른도 실수하고, 잘못하는데, 아이는 배워가야 할 나이이고, 지도해 주라고 부모가 필요한 거죠. 머리로는 화내지 않는다고 숱하게 다짐하지만 어느새 미쳐 날뛴 흔적만이 맞이해줍니다.


 화를 내고 나면, 자책과 후회가 이어져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며 나쁜 엄마라고, 비난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이면 무한 반복되는 현실 앞에 어느새 반성마저도 저 멀리 던져버리게 됩니다. 반성보다 필요한 건, 화가 나는 우리 마음을 먼저 돌봐줘야 해요. 화는 몸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마음도 아프고 열이 난다는 뜻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화 나는 내 마음을 돌볼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에 따듯한 옷을 입혀준다는 생각으로 첫 번째 단추를 끼어 볼게요. 타임머신을 타고, 저희의 어린 시절부터  돌아가 볼까요?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어떠했나요?


 역사적으로 100년 사이에 일제강점기, 남북 분단, 고도성장 등의 굴곡 있는 시간을 겪었어요. 먹고 살기가 먼저였고, 개인보다도 나라와 사회,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당연했던 때였습니다. 잘못이나 실수가 있으면 무섭게  화를 내고, 매를  들고,  수치심을 주며 빠르게 변화하도록 채찍질을 했어요. 심지어, 잘못하면 옷을 다 벗겨서 한겨울에도 밖에서 벌을 세우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또, 가정마다 남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이 존재합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들이 오롯이 남아있죠.


 학교는 달랐나요? 학교 규칙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선생님들이 때리고, 무시하고, 창피를 줘도 아무도 제지할 수 없었어요. 마음을 읽어주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동의 인권을 존중해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 아동인권이란 것도 90년대 후반에야 알려졌어요. 학교 체벌 금지법도 2010년대 이후에 들어서였어요.


 이런 경험 속에 자란 저희도 부모가 되어 이제는 먹고 살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은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떻게  해야 좋다는 것을 책과 강의, 전문가들을 통해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가슴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가슴이 제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이유가 있어요. 다음 장, 마음의 원리에서 알려드릴게요.


 지식이 알려주는 대로, 참아도 보고, 참고해 보지만 결국 더 크게 터져버리는 현실 앞에서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도 여유로워졌,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받고 자라요. 부모에게 폭력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알려줍니다. 코로나로 인해 훅 당겨진 미래의 세상이 코앞이지만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도 더 혼란스러워요.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이주민인 부모로서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의 글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나만 나쁘고, 잘못되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 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여러분이 나쁘고, 모자라고, 부족한 부모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와 경험들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으로 자신을 먼저 이해해 주세요. 또한, 아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는 거죠.   


 이제, 두 번째 단추를 끼워볼게요. 부모로 살면서, 어떨 때 화가 나는지 떠올려 보세요. 메모지가 있다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셔도 좋아요.                


 세 번째 단추를 끼워 볼게요. 화가 날 때, 스스로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의 번역기를 써 보세요. 단순히 '화'라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마음에 어떤 단어들이 올라왔는지 살펴보는 거예요. 바로, 감정단어를 읽는 겁니다. 감정단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신호이자, 시각화예요. 강아지의 마음 읽어주듯이 너무나 다른 서로의 마음 번역기라고 할 수 있어요.      

 흔히 사람들은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이라고 나누어 이야기해요. 하지만, 감정은 마음의 목소리예요. 감정표현에 가치를 매기고, 평가하게 되면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형성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려면, 욕구가 만족되었을 때, 욕구가 불만족되었을 때로 바라봐 주세요. 모든 감정은 우리에게 지금 마음의 상태를 알려주기 위해 올라온답니다.    


 화가 나는 상황을 적은 것 중에 가장 힘들게  만드는 세 가지를 골라서 적어 보세요. 그 상황에서 어떤 감정들을 느끼는지 위의 감정단어 목록에서 찾아서 적어 보세요.              


 ‘화’는 보통 ‘2차 감정’으로 표현될 때가 많아요. 화가 난 감정뿐만 아니라 여러 감정이 얽히고 섞여서 표현된다는 뜻입니다. 화를 참고, 안 내려해도 결국에는 더 크게 터지게 되죠. 화 속의 진짜 감정들을 알아주어야 마음이 가벼워져요. 자꾸 누르기만 하니까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 버립니다.      


 예를 들어, 저는 초등학교 4학년인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할 때 화가 납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단어는 ‘괘씸하다, 못마땅하다, 지겹다, 야속하다, 초조하다’ 등을 찾았어요.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담임선생님에게 연락이 오고, 결국 내 몫인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이를 보면서 속이 터지고 화가 나는 거죠. 그 마음의 감정단어를 찾아서 공감해 주세요.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못마땅하고, 초조하고, 지겹고, 책임감에 버거웠구나. 내 마음이 이래서 힘들었구나. 애쓰고 있는데 맘대로 안 되니 속상했겠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적고, 감정단어로 진짜 마음을 읽어주면서 나 자신을 토닥여 주며 공감하는 거예요. 감정을 돌본다는 것은 머리, 손톱을 다듬듯이 어떤 감정들이 있는지 보아주고, 공감하면서 마음에 쌓아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거예요.


 아이에게도 감정단어를 활용하면 효과가 좋아요. 특히 사춘기 아이들 마음이 이해 안 될 때 감정단어를 들여다보면 아이 마음이 읽혀요. 아이에게 화를 냈거나 마음을 읽어주어야 할 때, 사과해야 할 때 그 상황을 떠올려 보고, 감정단어로 말해주세요. 자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도 놀란답니다. 아이에게 감정단어로 표현해 주면, 훨씬 더 마음이 시원하게 풀릴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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