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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03. 2022

눈에 보이지 않아서, 마음 이야기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15

  사춘기 자녀의 부모님들께는 위기 상황이 예고 없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요즘 가장 골치 아플 때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다가 정해진 시간이 다 되었거나 한참 지나서 그만하도록 종용할 때예요. 게임을 그만하라는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이제는 참고 있을 아이들이 아니에요. 게임에 몰두하면서 승부욕에 불타기도 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서 열이 받고 있는 중일 수도 있어요. 


"야, 이제 그만해. 약속한 시간 다 됐잖아.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하고 끈다고. 다른 애들 다 하는데 왜 나만 못하게 해. 지도 약속 딱딱 안 지키면서."


 아이도 기분이 건드려지면 예의를 따져 생각할 틈도 없이 벌써 말이 툭 나와 버려요. 아이의 날 것 그대로의 말에 부모님은 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이어지게 되죠. 


 사춘기 아이들은 뇌의 종합적 사고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 중이라서 정서 반응을 담당하는 변연계가 앞서 나오기 쉽다고 알려드렸어요. 자신을 무시하는 느낌이 들거나 기분이 상한 데다가 과거의 경험들까지 쌓여 있으면 빛의 속도로 반응이 나오죠. 아이들은 상황이 그럴 수 있다고 쳐요. 하지만, 종합적 사고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한 부모님은 어떤가요? 자라는 중인 거 뻔히 알면서, 오히려 배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아이에게  화 내고, 소리 지르고, 미워하는 마음 팍팍 티 내게도 돼요. 나도 내 마음 컨트롤하고 싶은데 부모로 살면서 뜻대로 안 되는 마음에 자책하고, 후회해도 쳇바퀴 같은 상황에 암담하고, 막막해져요.


 부모님에게도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유가 있어요. 부모님 마음에 쌓인 것들이 많아서 그래요. 뭐가 쌓였냐고요? 살면서 공감받지 못하고, 해소하지 못해 쌓인 감정과 욕구들이요. 그까짓 거 누르고 참으면 됐지, 왜 지금도 힘들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되시죠. 마음의 원리를 알려드릴게요. 초, 중,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열심히 배우러 다닌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은 마음의 원리예요. 수소, 산소, 이산화탄소의 특징, 피타고라스의 정리, 미적분도 중요하지만, 평생 함께 해야 할 내 마음은 정작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몰랐어요. 

       

 우리는 평상시에 아무렇지 않다가 마음속에서 욕구가 생기고, 감정이 작은 공처럼 올라와요. 배가 고프면 먹고 싶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싶죠.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고 싶은데 무시받으면 창피하고 수치스럽고 화가 나기도 해요. 성과를 통해 인정받을 때,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껴요. 이렇듯 나의 신체와 정신적인 과정에서 생기는 욕구는 외부적인 상황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감정으로 표현을 해요. 마음이 알려주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환경에서 에너지를 쓰고, 행동을 통해 해소되면 '미션 클리어'처럼 사라져요. 하지만, 삶이 녹록하지 않죠. 나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어른들에게 따라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마음에 올라왔던 감정과 욕구를 참아버리고, 회피하고, 눈 질끈 감고 눌러 버려요.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마음은 다 간직하고 있어요. 상처 혹은 미해결 과제로 처리된 그 작은 공들이 눈덩이처럼 쌓여 가요. 언젠가 봐줄 거라는 심정으로 기다리지만 마음의 원리를 모르면 끝내 알아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을 볼 때, '저렇게까지 화날 일인가? 진짜 이해가 안 되네' 할 때 있죠. 나도 마찬가지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아이에게 왜 그리 다그치고, 차갑게 말하는지 모를 때 있죠. 그때, 미해결 과제가 올라왔다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친정 부모님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압적이셨거나, 잘해도 칭찬 한 번 못 받고 혼이 날까 불안했던 삶이 지금도 이어질 수 있어요. 예전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욕구들이 겹쳐지면서 상황에 맞는 판단과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답니다. 


 상담실에서도 현재의 관계로 힘든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어린 시절과 지난 경험들 중에서 오버랩되는 지점을 찾아요. 그 지점에서 느꼈던 아픔, 불안, 슬픔, 분노 등을 공감하고 그때의 나를 토닥여주면 마음이 가벼워진답니다. 마음이 온전히 존중받는 과정이 힘이 되고, 지금 여기로 돌아와서 스스로 좋은 방법을 찾고 선택을 하게 되세요.   

  

  어렸을 때부터 마음의 원리를 진작 알았다면 내 마음도 잘 보살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죠. 대신에 올라온 욕구와 느껴지는 감정을 보아주고 알아주면 또 좋은 선택을 해 나갈 수 있어요. 나와 우리를 위한 좋은 선택을요. 


 마음의 원리를 간단히 소개해 드렸는데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셨을지요. 나에게도 분명 그럴 이유가 있었어요. 19년 차 심리상담사로서 상담실에서 뵌 수많은 분들께 지금의 행동에 모두 이유가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어요. 나를 다시 제대로 보면서 이해가 되고, 그동안에 쌓였던 감정들 토닥여주고 흘려보내면 마음이 가벼워질 거예요.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도 있는 그대로 보아주실 수 있겠죠. 이제 찬찬히, 여러분의 마음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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