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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l 04. 2020

책임진다고? 나만 믿으라고?

양보하지 마세요!!!

 요즘, 상담하면서 연애의 아픔을 종종 만나게 돼요. 특히, 한쪽은 상황을 고려하며 그만하려 했는데도 상대방이 자기만 믿으라고, 책임진다고 강력하게 어필하며 시작된 관계의 끝을 접하게 돼요. 백이면 백은 아니지만, 대다수, 결국 책임 못 지고 이별을 고하며 먼저 끝을 내게 되더라고요.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요...


 끝난 사랑에 아파하기도 힘든데, 뭐라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책임지겠다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상대에게 미움, 분노가 일어납니다. 나는 아니라고, 안 될 거라고 했었는데 왜 잘 살던 자기를 흔들어 놓고,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자기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사는 것 같고요. 내 안에 이런 분노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괴로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마음이 참 아파요. 그 사람만 탓할 수도 없고, 지금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잖아요. "당분간 많이 아프실 거예요."라는 확실한 이야기로 운을 뗍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니까요.


 비단, 사랑에만 해당될까요?  저도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제대로 따져보고 생각해 보지도 않고 따라갈 때가 있어요. 잘 되면 물론 서로 좋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원망이 먼저 듭니다. 인생의 큰 대소사에서도 제 의견보다 주변 사람들 권유에 따라, 그렇다니까 하며 따라간 것 같아요. 오래 만났으니까 결혼해야지, 이제 아이 가질 때 됐을 텐데, 둘째 한 명 더 낳아야지, 육아는 엄마가 슈퍼맘이 되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먹고살려면 이런 교육이 최고야, 고등학교 가면 힘드니까 공부 미리 다 시켜놔야 돼, 수학은 꼭 잡아놔야 돼, 영어는 기본 중의 기본이야, 4차 산업 시대에는 지금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등등등... 사람들의 말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흔들리고, 휘청해요.


  세계적 뇌과학자 게랄드 휘터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불안의 시대, 방향을 잃고 의지할 곳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시대가 어렵다 보니,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무언가 아는 체를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등장하기라도 하면 언제든 믿고 따를 모양새다. 이는 곧 한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불안감의 현상이다. 이럴 때 나타나는 것이 노련한 데마고그 Demagogue다. 간편한 해결책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자신을 지도자로 선택하도록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다. 이를 과학 용어로는 '단순화 Reduction of Complexity'라고 한다.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저, 인플루엔셜, 15p 중에서)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깨어 있게 하며, 세상이 말하는 그 모든 유혹과 약속, 상품들보다 더 강인하고 확고하게 뿌리를 내릴 내면의 힘. 바로 이것이 내가 당신과 함께 찾으려 하는 내면의 나침반이다. ([존엄하게 산다는 것], 게랄트 휘터 저, 인플루엔셜, 22p 중에서)


 신이 아닌 이상,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죠. 상대방과 사회, 세상의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요. 어떤 것이 맞냐, 틀리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수많은 결정에 저의 소신이 빠져 있음을 알아차렸어요. 제 내면의 나침반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거죠. 배터리도 필요 없는 나침반인데, 꺼내서 보기만 하면 방향을 알 수 있는데, 참 안 꺼내요.  밖에서 나는 소리들에만 정신이 팔려서 제 내면의 이야기는 제대로 듣지 않았어요. 나중에 가서 후회하고, 원망하고, 자책하는 거죠.   


 사랑, 학업, 육아, 진로.. 인생의 큰 갈림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넘기지 마세요. 내 인생의 책임은 나에게 있어요. 내가 주인공이니까요. 잠시 멈춰서, 내면의 나침반을 꺼내어 이야기해 보세요. '나, 진짜 어디로 가고 싶니? 어떻게 가면 좋을까?' 그 답을 내리고, 어느 쪽 길로 가든지 당당히 나아가세요. 가다가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어요. 선택에 대한 결과로, 좋은 배움이 될 거예요. 당신의 소중한 권리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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