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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적거리는 개구리처럼

by 아라

어머님는 엄청나게 부지런하시다.

매일 쓸고 닦고 집에 먼지 한 톨이 없다.

매일 집안일을 하시는 것이 분명했다.

자주 어깨가 아프다고 하셨고

진료를 받아 보니 석회질이 생겨 그렇다고,

제거 수술도 받으셨다.


살살 하시라고 했지만

아마도 그래도 똑같이 하실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나도 똑같다. ㅎㅎㅎ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다.

어머님한테는 그만 하시라고, 살살 하시라고 했지만, 나도 실은 그렇게 못한다.


큰 행사나 일정을 소화하고 온 뒤에도

누워서 쉬지를 못한다.

사람을 만나거나,

무엇이라도 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만난다.


만날 사람이 없어 집에 있으면

큰 일정을 끝낸 홀가분함으로

신나게 집안 청소를 한다.

그럴 때마다 '시녀병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그리 생각하면서도 청소를 했다.


올해는,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시기에,

새벽 독서를 시작했다.

독서 모임과 글쓰기를 시작했다.

책을 함께 쓸 기회가 다가와 책에 들어갈 글을 썼다.


일이 없는 주말이면 산에 올랐고

틈틈이 밖으로 나가 뛰었다.

비가 오면 벽 대고 물구나무라도 섰다.


가만히 있지 않았다.

뭐라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올해 나를 살렸다.

그것이 나를 키웠다.


그간의 청소는 시녀병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방법이었다.

산에 오르고 달리는 건

나를 이겨내는 일이었다.


올해의 새벽 기상과 독서, 글쓰기는

헛짓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고 키워가는 길이었다.


세 마리의 개구리가 있었다.

개구리들은 생크림이 담긴 통 속을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배가 불룩해질 때까지 생크림을 잔뜩 먹고 난 개구리들은 통 밖으로 나가려고 애써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통이 생각보다 깊어 빠져나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른 개구리들이 몰려와 통 주변에 빙 둘러앉아 세 마리의 개구리를 비웃었다. 세 마리의 운명은 결정된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개구리 두 마리는 통 밖 개구리들의 예언대로 포기를 한 채 크림 속에 빠져 숨을 거두었다.

세 번째 개구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열심히 허우적거렸다.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허우적거렸다. 그러고는 드디어 성공을 거뒀다. 끊임없이 발버둥을 친 바람에 생크림이 딱딱한 버터로 변했고, 이를 딛고 통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주1)


나는 올해 내내 허우적거리는 개구리였다.

허우적거렸더니 어느 새 통 밖으로 빠져 나왔다.

올해 받은 소중한 선물이다.


상황이 변한 것은 없어도

받은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에 집중하고

하루하루 그저 해야 할 일에 마음을 다한다.



주1>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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