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눈 뜨고 주사 맞기

by 아라

어릴 적,

아이를 데리고 예방 접종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초등학교에 보내려면

필수 접종을 완료해야 했다.


아이는 여느 아이처럼

주사 맞는 것을 무서워 한다.

주사 맞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아이는 주사 맞는 순간이 오면

눈을 똑바로 뜨고 주사 바늘을 보고 있었다.


그것이 신기해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주사 맞는 게 무섭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걸 보고 있어?"


"언제 들어가는지 알아야 덜 무섭지.

그리구 어떻게 주사 바늘이 나한테 들어가는지

궁금해."


나도 어릴 적 학교에서 단체로

예방 접종을 받은 적이 있다.


긴 줄 사이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릴 때,

으악, 얼마나 아플까, 싶어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먼저 주사 맞는 친구들을 보면서 뒤에 서 있으면

더 무서워졌다.

우는 친구들, 찡그린 얼굴들.

으아, 아프겠다, 아프겠다.


내 차례가 되면

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팔 한 쪽을 내밀고

고개를 반대 쪽으로 돌렸다.

눈을 질끈 감았다.

고통과 두려움은 최대한 회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건 눈을 감기 때문이다. 빛과 출구, 해결책을 발견하려면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미처 보지 못한 것들, 무심코 놓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빛이 흘러나온다. 나폴레옹의 별을 기억하는가? 어떤 먹구름도 별이라는 빛나는 존재를 숨기지 못한다.


나는 지치고 힘겨울 때 어린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를 찾곤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오로지 노는 것에만 집중하는 아이들에게서 위안과 힘을 얻는다. 어떤 이해타산도 개입되지 않은 저 순진한 몰입과 집중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손익을 따지고 앞뒤를 재고,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노리는 데 인생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 곧 당신이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단 한 마디의 말이 있다면요?"

나는 즉시 답신을 보냈다.


"뛰어들어라. 그러면 온 우주가 당신에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주1)


이제는 아이에게 배운 대로 해 보려고 한다.

두려움이라곤 없었던 20대의 나를 소환한다.


눈을 감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눈을 뜨고 있다.

눈을 뜨고 빛이 흘러 나오는 것을 본다.

그 빛에 집중한다.

손익을 따지거나 앞뒤를 재지 않고,

두려움이 있더라도 또는 두려움 속으로 뛰어 든다.


움직이고 있기만 하면

온 우주가 나를 물 위에 떠 있게 하고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주1> 보도 섀퍼, <멘탈의 연금술>

표지 이미지> Image by Igor Link from Pixabay.




글에 들러 주시는 글벗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되세요!


[아라의 연재글]

월, 금: 5시, 책이 나를 깨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swakemeup

수: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1 https://brunch.co.kr/brunchbook/rewrite-being20

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일: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아라의 연재 완료 브런치북]

어른이 다녀보았습니다. 공동육아 https://brunch.co.kr/brunchbook/communitas

어쩌다 며느리, C급 며느리 https://brunch.co.kr/brunchbook/mysecondfamily




keyword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