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자유

by 아라

인간의 자유.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사람들을 관찰한다.


수용소에서 해방되었으나 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던 어느 날,

친구와 길을 걷다가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귀리밭을 지나가게 된다.


친구가 귀리밭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는 '농작물을 밟지 말자' 하며 밭을 피해가려고 한다.

그 때 친구가 이렇게 소리친다.

"그런 말 하지 말게. 그만큼 빼앗았으면 충분한 거 아니야? 내 아내와 아이는 가스실에서 죽었어. 그것으로 더 이상 할 말 없는 거 아니야? 그런데 자네는 내가 귀리 몇 포기 밟는다고 뭐라고 하다니!"


그는 수용소라는 상황에 처했던 이들이 '수용소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야만성의 영향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을 관찰한다. 그들이 '이제 자유의 몸이 됐으니 이 자유를 마치 특허를 받은 것처럼 잔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으로 자기 행위를 정당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대체로 '대수롭지 않은 일'(주)에서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남의 귀리밭을 밟는 것은 진정한 자유가 될 수 없다.

나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 다른 이의 권리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옳지 못한 짓을 '당했다'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빅터 프랭클은 강제 수용소라는 상황을 가져와,

늘 우리가 처한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에게 자유란 없는 것일까?

인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어떤 환경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자기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것일까?


그는 분명하게 해답을 내린다.

그는 강제 수용소 같은 환경에서도

사람은 자기 행동에 대한 선택권과 자유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강제 수용소에서 막사를 지나가는 길에 들러 다른 이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을 보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진리를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인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 (주)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주)


그는 강제 수용소에서도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면서 도스토옙스키를 인용한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다.

(중략)

수용소에서 그들이 했던 행동, 그들이 겪었던 시련과 죽음은 하나의 사실, 즉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를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 준다. 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주)



때로 나를 둘러싼 환경을 나의 말과 행동의 '원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때로 내 주위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내 말과 행동의 '원인'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나에게는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저 외부의 자극에 대해

나의 성격, 나의 경험 같은 나만의 필터를 거쳐 나만의 알고리즘으로

단순하게 '반응'하기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자극이 오지 않을 때는 자유를 지키기가 쉽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외부의 자극이 강력하게 올 때조차 자유롭고 싶다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 노출될 때도,

다른 이들이 나를 뒤흔들어 놓을 때에도,

외부의 어떤 자극이 있더라도,


즉각적이고도 단순한 '반응'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나는 나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나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렇게 나는 궁극의 내면의 자유를 지키고 싶다.


260102 인생은아름다워.jpg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주>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새로운 날, 좋은 날 되세요!


[아라의 연재글]

월, 금: 5시, 책이 나를 깨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swakemeup

수: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1 https://brunch.co.kr/brunchbook/rewrite-being20

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일: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아라의 연재 완료 브런치북]

어른이 다녀보았습니다. 공동육아 https://brunch.co.kr/brunchbook/communitas

어쩌다 며느리, C급 며느리 https://brunch.co.kr/brunchbook/mysecondfamily


월, 금 연재
이전 28화처음 보았다 그렇게 밝은 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