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J

묘한 사이

by 아라온

"야! 너! 그런 사람도 ..."

J는 황급히 다음 말을 삼켰다. 안부차 물은 "일은 어때?"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이다. 그저 요즘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이다. 나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들을 말이다. 국적도 하는 일도 다양한 그들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어느 회사 사람들인지는 빼놓을 수 없었다. 출강 강사인 까닭이다. 학생 중 한 명이 다니는 회사는 J도 잘 아는 외국계 회사였나보다. "어머, 그래, 정말, 진짜" 같이 적당한 맞장구만 치다가 갑자기 저 말을 내뱉고는 이내 주워 담았으니 말이다.

J의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가는 말이 슬쩍 들렸다. "출ㅅ(세했네..)" 괄호 안의 말을 다 듣지는 못했지만 분명 J가 하려던 말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J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너는 분명 루저였는데... '


J와는 대학교 친구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이 공부했다. 그럭저럭한 회사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들어가 서른을 코앞에 두고 관둔 것 까지 같았다. 못 이룬 꿈 다시 한번 해보자 의기투합하여 지난한 백수생활을 함께했던 친구다. 어려운 때를 각별하게 지내며 우리의 우정은 꽤나 진해졌다. 이후 J는 운이 좋게 꿈을 이뤘고 나는 포기했다. 그후 우리의 인생은 달라졌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장 자주 보는 친구고 가장 속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다. J의 눈빛이 거북했음에도 애써 모른체 한 것은 우리가 함께 쌓아온 시간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쩌면 불평하지 않는 내 모습이 J에게는 낯설었는지도 모른다. J를 만나면 늘 회사 욕하기 바빴으니 말이다. 그랬던 친구가 회사를 관두고 시작한 일에 만족하며 자신이 보기에 '대단한' 사람들을 만나니 질투 아닌 질투를 느꼈을 수도 있겠다. 하필 J는 요즘들어 자신의 일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터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J가 물었다. 일찌감치 묻고 싶었을 질문이었음이 틀림없다.

"너 그래서 돈은 전만큼은 벌어?"

"아니, 시간 강사인데 뭘.."

J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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