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이름만큼 멋지지 않은 일용직

by 아라온

2월 중순 즈음 학생들이 한국을 떠났다. 출장을 겸한 고국 방문이거나 자녀들 방학에 맞춘 여행이었다. 덕분에 2월은 한가로운 달이 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었다. 시간 강사의 운명은 그렇게 학생들의 스케줄에 따라 정해진다. 학생들과 함께 잠시 쉬어간다. 2주 간의 휴가(그럴 거라고 예상했다)는 방전된 체력을 보충하고 못 읽은 책을 마저 읽으며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에 제격인 시간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는 다시 바빠질 예정이었으므로 2월에 주어진 시간은 마치 봄방학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신천지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까지는.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K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수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자기 시간이 부족한 엄마 학생은 홈 스쿨링의 고충을 토로하며 수업을 일주일 연기하였다. 일주일 후 K는 다시 2주 후로 본인의 수업을 미루었고, 이후 우리는 수업 날짜를 확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음은 N의 비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외항사의 한국 지사장인 N은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운항노선 단축과 직원 감원으로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비서는 그를 대신해 3월 초 예정되었던 모든 수업을 취소하며 어떤 기약도 하지 못하였다. 그는 그렇게 사라졌다. 어쩌면 그마저 자리에서 물러나 그의 나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한 마지막 수업에서 "해외여행 후에는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지침"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비친 그였다. 개인의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의 나라는 지금 외출금지가 선언되었다. 그는 과연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C는 중견기업의 대표다. 보통은 그의 나라에 상주하면서 한 달에 한 번쯤 한국 지사를 방문해 1-2주쯤 머물다 간다. 그때에 맞춰 그를 만나 한국어를 공부한다. 2월 초에 그를 만났을 때만 해도 우리는 중국을 걱정했다. 중국에도 지사가 있는 그는 중국 직원들을 위해 한국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보낸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일해야 한다"고 "그것이 국가의 지침이라 어길 수가 없는데 마스크가 아주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마스크 수출 제한이 없어 가능한 일이었다. 3월에도 한국에 방문했어야 하는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4월과 5월에도 어쩌면 그 후에도 그는 한동안 한국에 오지 못할 것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신천지 교회 신도들의 집단 발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가던 시기에 J와 V가 각각 고향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우리나라는 확진자가 중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였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만 갔다. 어쩌면 J와 V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내가 그들의 가족이라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그들을 가로막고 싶었을 것 같았다. 우려와 달리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나라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돌아온 그들은 시차 적응을 이유로 2주간의 휴식을 가졌다. 그들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J와 V를 만나기로 했다. 그 사이 그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이들이 이제는 걱정을 한다. 아마도 그들 나라의 확진자가 늘고 있고 그 사이 WHO의 대유행이 선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 않는 나나 수업이 있을 때만 외부인을 만나는 J와 V, 우리는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5명의 학생이 2명으로 줄었다. 달력을 가득 채운 스케줄이 듬성듬성해졌다. 수입은 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떨어졌다. 프리랜서는 이름만큼 멋진 직업이 결코 아니다. 프리한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법적 보호에서 프리하고 돈에서 프리하다. 제약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없다"는 것. 각자도생만이 살길이라는 것.


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 신청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작지만 고마운 돈이다. 내게도 소상공인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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