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한약을 먹는다. 한 달 반 정도 되었다. 하루에 두 번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으면 벌써 다 먹었을 테지만 보름을 초과했다. 시어머니는 그게 마뜩지 않으신가 보다.
"약도 정성이다. 정성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네, 어머니. 자꾸 깜박하게 돼요. 잘 챙겨 먹을게요."
어쩐지 내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만 같이 주눅이 든다.
어버이날 즈음 시부모님과 함께 그 '용하다'는 한의원을 찾아갔다. 서울에서 무려 3시간이나 떨어진 곳이지만 한약을 그렇게 먹이고 싶으시다는 시어머니 뜻을 차마 꺾을 수 없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 들어주나'하는 속담이 그 무렵 계속해서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한의원 방문은 나쁘지 않았다. 얼굴빛과 체형 등을 보고 문진을 통해 체질을 알려주는가 하면 어떤 증상 등이 평소에 있는지 조심해야 할 음식 등을 일러주는 데 마치 점을 치고 있는 듯 흥미로웠다. 며느리의 건강상태를 염려하시는 시어머니가 상담실을 떠나지 않은 채 함께였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그날 이후부터 달력의 날짜를 지우며 지내셨나 보다. "약이 이제 대여섯 봉 남지 않았냐"며 남편
에게 전화를 하셨다. 약은 그때도 우리 집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먹어야 한다. 식후 30분이 지나 따뜻하게 데운 후에 마셔야 한다. 매일 그렇게 먹었을 리가 만무한데 어머니는 매일 그렇게 먹었으리라 믿으셨나 보다. 어머니의 중간점검으로 약을 먹는 일에 신경을 바짝 쓰기 시작했다. 몸에 좋은 약을 먹는 것인데도 부담을 안고 먹으니 도리어 스트레스가 되는 듯했다.
드디어 한 봉이 남았다. 잔뜩 밀린 업무를 처리한 듯해 홀가분함을 만끽하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먹는 김에 한 재 더 먹자. 먹기 힘든 거 안다. 미안하다. 이번에는 잘 챙겨 먹어라."
결재 서류가 반려된 듯한 기분이다. 그러면서도 어서 결과를 보여드려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손주를 기다리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며느리는 애를 낳아야만 하는 것인가부터 시작해 애가 안 들어서는 것이 왜 며느리만의 탓이라고 생각하는지, 결혼은 무엇 때문에 해가지고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까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한 동료가 다음 달이면 브라질로 떠난다고 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그녀는 그녀의 미래를 차곡차곡 준비해 원하는 일을 그곳에서 하게 되었단다. 나도 싱글이었다면... 그녀가 마냥 부럽기만 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