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못하는 어른

사랑하는 사람의 이동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by Ara

어릴 적 나는 운전을 못하는 어른을 보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어른인데 왜 운전을 못 할까?" 당시 나는 어른이 되면 모두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운전실력은 어른이 된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했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를 내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운전 못하는 어른'이 됐다.


운전면허는 20대 초반에 땄지만 운전을 본격적으로 내 생활 패턴에 안착시키지 못해 장롱면허 신세로 지내왔다. 주차가 어려운 동네에 살고 있기도 하고, 아이가 없을 때는 짐도 별로 없고 내 한 몸만 싣고 다니면 되니 대중교통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더 효율적이며 건강상으로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운전을 하지 않고 지내왔지만 아이가 생기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에 가려면 차가 꼭 필요했다.


올겨울 남편이 차를 집에 두고 출근하는 날이 잦았다. 이 기회를 틈타 운전연수를 신청해 운전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오랜만에 잡는 핸들이라 많이 긴장됐지만 2시간이라는 연수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웠다. 하지만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몸이 피곤했고 불행히도 첫 연수를 마치고 온 날 바로 독감에 걸려 버렸다. 그 이후 몇 주를 쉬고 다시 핸들을 잡기에 앞서 운전을 가로막는 수많은 핑계들을 극복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핸들을 놓으면 다시 마음을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으므로 연수 시간을 매주 수요일로 고정시켜 버렸다. 연수를 세 번 받고 나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남편과 외출할 일이 있을 때마다 남편 대신 내가 핸들을 잡았다. 귀찮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일부러 어떤 장소에 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혼자 연습하는 중이다.


예전에 한 지인이 운전을 하면 삶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전을 해서 울적한 날 훌쩍 바닷가로도 떠나보고, 대중교통으로 가기 불편한 곳들도 갈 수 있다고. 그때는 얼핏 그렇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주변사람들이 운전을 잘하니까, 그리고 나는 혼자 멀리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바닷가도, 대중교통으로 가기 불편한 곳도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운전을 해보니 이밖에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춥거나 더운 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해 원하는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주 다녔던 곳도 집으로 돌아갈 때를 걱정하지 않고 물건을 마음껏 구매하고 커피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었다. 주차에 자신이 없다면 주차가 편한 곳을 찾아 내 운전 반경에 들여놓으면 됐다. 20대 때와 달리 30대 중반이 되니 하루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돼 있어 체력을 아껴야 하는데, 자차를 타고 이동하면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비축해둬야 했던 에너지를 목적지에서 여유롭게 소모하고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운전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동수단을 제공해 줄 수 있단 것 아닐까. 운전이 조금 더 익숙해지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기꺼이 그들의 이동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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