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

불가능하단 걸 알지만 내려놓지 못하는 환상

by Ara

일을 안 하고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다 보니, 일할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을 쉬면서 온종일 육아와 살림만을 걱정하다 보니 완벽한 엄마가 환상이란 걸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강박이 생겼다. 엄마에게 육아와 살림 외에 자기만의 일이 필요한 건 일이라는 곳에 기대어야 이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강박을 부추기는 SNS 속 완벽한 엄마들.


의식적으로 내려놓으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내일은 무슨 이유식 재료를 새로 시도해 보지? 아기가 새벽에 깨는 날이면 수유텀 잠텀 뭘 잘못 계산한 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너무 피곤한데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다. 집정리는 왜 해도 해도 끝이 안나는 건지. 이 방을 치우면 저 방이 지저분해지고, 이 서랍장을 비우면 저 서랍장이 가득 차 있다. 조금씩 깨끗해지는가 싶다가도 일주일만 손 놓으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아기가 생기니 여기저기서 선물도 많이 받고 나도 아기용품을 많이 주문하니 비우는 속도보다 채워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인듯하다.


겨우 강박을 조금 내려놓고 쉬려고 하면 주변에서 참견한다. 가까운 사람이 하는 조언일수록 더 마음에 날카롭게 와닿는다. 아기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어머니들의 말이 가장 힘들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머릿속에 그들이 무심코 흘린 말이 울려 퍼진다. 나와 아기를 위해 해주는 말이란 걸 알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잘못된 단어를 선택하기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때도 있단 걸 알지만, 어떤 조언들은 애써 진정시킨 내 마음속 예민 레이더를 다시 작동시킨다.


하지만 육아와 살림이 힘들다며 주저앉아있을 수는 없다. 인생의 수많은 고민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내가 마음 근육을 단단히 키워서 어떤 말을 들어도, 스크린 속에서 어떤 멋진 엄마를 보아도, 내 머릿속에 어떤 완벽한 엄마의 이미지가 떠올라도,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우연히 '소풍 같은 인생'이라는 노래를 알게 됐다.


<소풍 같은 인생 - 추가열>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 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 같은 시간이야
멈추지 않는 세월
하루하루 소중하지
미련이야 많겠지만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 번 왔다가는 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 가듯 소풍 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 노래처럼 육아와 살림도 너무 진지해지지 말고 소풍 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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