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세요.

돌아오던 길 그를 다시 만났다

by 영원

부산에서 돌아오던 길 지인의 지인을 동원하여 그에게 연락했다.


-오빠

-누구세요? 너... 정말 너 맞아?


그를 처음 만난 건 아직 서른이 되기 전, 아프기도 전, 94학번, 학번이 같다는 이유로 우린 금세 친해졌다. 그는 '다정함'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180이라는 큰 키랑 착함 빼고는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어서 우리는 그야말로 단짝 친구가 되었다.

그 겨울 공휴일에 감기몸살에 걸려 앓고 있던 날 위해 약을 구해온 그에게, 그 다정함에 속아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는 의대를 다니며 소설을 썼고 나는 소설을 버리고 교사가 되었다. 97년부터 2003년까지 우리는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다 영영 헤어졌다. 헤어지던 날 스피커에서는 'I can't cry'라는 가사가 반복됐다.
'우리 마흔 돼서도 결혼 못하면 그때 다시 만나자' 했다. 가끔 그 다정함이 그리웠다.
약속한 마흔에 나는 병을 얻었다.

그는 몇 년 전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잃었고 이혼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수는 없었다.

벚꽃이 이뻐서 하도 이뻐서 기어이 내가 먼저 그를 찾고야 말았다. 나를 참 아껴주었던,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할 친절을 베풀던 사람.


-잘 지내?
-잘 못 지내.
-...... 보자. 어디야?

다시 우리는 만났다. 20년쯤 늙어버린 채로.
머리는 반백이 다 되었고 몸은 말랐어도 호빵 같은 얼굴은 그대로였다. 그 긴 손가락과 그 다정함도.


-왜 잘 못 지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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