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니하우~" 인사가 불편한가

이집트 휴양지, 진상(?) 손님 될 결심

by Aragaya

얼마 전 가족과 이집트 마사 알람(Marsa Alam)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과 아이는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매일 잠수를 다녀오고, 나는 해변에서 책 읽고 스노클링 하고 먹고 쉬는 루틴이다.


호텔 도착 이틀 차, 남편과 아이는 아침 일찍 떠났기에, 느지막이 홀로 조식을 먹은 후 해변 선베드에 타월을 깔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때 힘차게


"니하우~"


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드니 남자 직원이 웃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어딘가로 종종 걸어가며 다시 한번 외쳤다.


"니하우~"


그는 내가 반응할 시간도 없이 사라졌다. 주위에는 독일, 폴란드, 스페인 등에서 온 다른 투숙객들이 눕거나 앉아 쉬고 있다. 모두 우렁찬 이 "니하우~"를 들었을 테다. '니하우'가 조준된 타깃이 어딘지 곁눈질로 확인했겠지. '아시아 얼굴이면 다 중국인인가?'라고 받아쳐 줄 상대방은 이미 사라졌다. 늘 한 템포 느린 나.


'뭐 한두 번 겪어보나...'


찝찝하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좀 있다가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해변 레스토랑에 입장했다. 입구에 서 있던 젊은 직원 두 명이 "니하우~" 한다. 내가 쳐다보자, 내 시선을 피한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그 직원들을 찾아보지만, 누구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큰돈 주고 멀리까지 와서 고작 이런 대우 받아야 해?!'


첫 번째 '니하우' 의도가 좀 아리송했다면, 두 번째 '니하우'는 기분이 확실히 나빴다. 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앞으로 10일은 더 얼굴 볼 사람들. 조처해 달라고 하자!' 나를 닮은 딸에게도 '니하우~' 거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호텔 카운터로 가서 "어떤 직원이 해변에서 내게 '니하우' 두 번 외침, 방금 또 레스토랑 직원 둘이 '니하우'한 후 내 시선 피함!!" 이런 요지로 말했다. 화는 나는데 말이 꼬여 버벅대는 사이, 2~3명의 직원이 무슨 일인가 싶어 모여든다. 아시아 손님은 별로 없는 곳이다. 카운터 직원은 깍듯하게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매니저를 부르겠습니다."


매니저가 올 때까지 난 침착해 보이려고 로비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한다. 사소한 일에 '매니저 불러!'라며 진상 피우는 고객이 난 아님을 믿는다. 지난 십여 년 간의 5번 이집트 방문에서 이런 '니하우' 세례는 처음이다.


내가 여유 넘치는 사람이라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물고기 보는 게 너무 좋아서 성실히 모아 큰맘 먹고 1년에 딱 한 번 쉬러 온 것이다. '아시아 여자 혼자 있다고 철없는 아이들처럼 내게 니하오거리다니...'


매니저가 도착했다. 말끔한 젊은 남자다. 왠지 오일 머니 냄새가 나는 건 내 선입견이겠지... 빛나는 치아를 드러내며 매니저는 정중하게 사과한다. 그런 다음, 고객 응대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구체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무례한 인사를 한 직원들 차림새, 외모, 나이대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하늘색 호텔 상의 입은 중년남 + 해변 레스토랑 젊은 남자 둘이요...


"혹시 말 이외에도 손짓이나 기타 몸동작도 하던가요?"

(읭??) 아니요.


나는 진상 고객이 아님을 어필하기 위해


"작년 여름에도 여기서 묵었고, 오늘 사건 말고는 호텔에 정말 만족해요"


라고 덧붙였다. 매니저는 스몰토크와 고객 불만 처리를 적절하게 혼합해서 유한 분위기를 만들고, 사과의 뜻으로 와인 한 병을 선사하겠다고 했다(물론, 그 와인은 호텔을 떠날 때까지도 받지 못했다).


매니저가 어떤 조처를 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나는 남은 열흘을 편하고 즐겁게 지내다 돌아왔다.


나중에 딸과 남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자 딸은 같이 화를 내주었고, 남편은


"아니, 바로 그 자리에서 그 X에게 말했어야지!"


라며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 '낸들 그러고 싶지 않았겠냐고... 화나는 상황에서 반응이 한 템포 느린 사람인 걸 어떡하냐고...'






해외 생활 22년 차인 내가 아직도 '니하우'에 기분이 나쁘다니, 새삼스러웠다. 카운터로 불평하러 가는 길에, '그럴 짬밥이 아니지 않나'란 생각도 잠시 들긴 했다. 베를린 밤거리에서 청소년들에게 듣는 니하우라면 무시하고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간, 장소, 상황이 달랐다.


지친 일상, 가사 노동, 생업에서 벗어나 소중한 휴가를 와 있었다. 가장 편해야 할 곳에서 직원들에게 무안을 당했으니, 재발 방지를 건의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서 '니하우, 곤니치와'를 내뱉는 이들은 대개 이민자 배경의 청소년 남자였다. 왜 여학생들은 그러지 않을까? '지인미터'를 참고해도 그런 이들은 대개 남자 청소년층이다. 게다가, 일행 있는 아시아인에게는 니하우 소릴 잘 하지 않는다. '니하우'란 아시아 사람이 혼자 다닐 때 장난기와 무지함으로 던져보는 '인사를 가장한 조롱'같은 것이다.


물론, 내가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기분 나쁜 게 아니다. '곤니치와' 거려도 기분이 좋지 않다. 다른 유럽인들에게는 왜 '봉쥬르? 구텐탁? 봉조르노?' 따위로 건드려 보지 않냐 말이다!


인간은 누군가 내뱉는 말의 본래 뜻보다는 그 사람의 표정, 톤, 시선 등을 순식간에 파악해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도 무해한 니하우기분 나쁜 니하우를 직감으로 구분한다.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기필코, 용기를 끌어모아 상대방 눈을 똑바로 보며


"그러는 넌 중국말 하니?"


이렇게 쏘아주고 싶다. 더 좋은 대꾸는 잘 모르겠다. 연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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