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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ug 08. 2021

공 던지기

2019년 2월 28일

가끔 의뢰인과 원하는 부분이 아주 잘 맞아 떨어질 때면, 일단 이 정도의 완성도는 있어야된다는 목표로 열심히 한 일의 결과가 마치 투수가 던지는 공이고, 의뢰인은 공을 받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던지는 법을 열심히 연구하고 반복적으로 움직여 몸에 학습시킨 다음 던져진 공이 상대에게 안정적으로 안기듯이 잡힌다.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잘맞는 영역에 도달해 제 주인을 찾은 것 같은 안정감이 든다. 그리고 그런 안정감은 내게 잠시간의 기쁨이다. 


일을 하면서는 끝내고 어떤 것을 얻게될지 예상하기보다 일 자체를 처리하고 마무리짓는데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다. 물론, 가장 훤한 결과는 금전적인 소득이지만 그것보다 일이 일어난 다음의 반응이나 영향에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기쁨의 크고 작음은 예상치 못한 데에서 오며 이 일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감만큼 큰 성취감도 있으니 멀리서 봤을 때는 그 균형이 맞다. 


어제는 많은 양의 내용을 정리해, 속으로 ‘이만큼 정성들인 제안서 받아보신 적 있나요?’라고 생각하며 업무 메일을 썼고 상대가 공을 잘 받아주어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 혹여 당장 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성을 들인 일은 꼭 무언가를 물어오는 비둘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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