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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Aug 19. 2021

여덟 번째 아침

DAY 8

어제는 이른 아침에 퍼붓는 장대비로 산책을 걸렀다. 

심지어 일찍 잠들어 5시 반에 일어난 날이었다. 

비가 쏟아지고 나른한 기분이 들어 조금 느긋이 아침을 보내고 출근을 했다. 


오전에 발휘할 수 있는 집중력이 그새 떨어졌다. 오전 5시 30분 기상, 저녁 9시 30분 퇴근, 11시 30분 취침이라니 길어도 아주 긴 하루였다. 


집에 오니, 핸드폰을 작업장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집에 시계가 없다. 열심히 뒤져보니 고장 난 전자시계와 잘 돌아가고 있는 손목시계가 있었다. 다행히 손목시계의 알람 기능이 있어 설정해두고, 침대에 누웠는데, 늘 자기 전까지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없으니 목적지를 까먹은 여행자처럼 서성거렸다. 


결국엔 노트북을 열고 뉴스 기사 몇 개를 읽다 덮었다. 부드럽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창을 열어두었다. 산비탈에 위치한 집 앞으로 오르내리는 오토바이와 택배 차, 거주민들의 차 소리, 마냥 신나거나 자신의 대화에만 집중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집에 들어오기에 창을 열고 자려면 귀마개를 해야 한다. 

(지금의 기억 때문에 다음 차가 있다면, 전기차를 살 것이고, 다음 집은 차가 다닐 수 있는 비탈길 앞이라면 배제할 것 같다) 


잠에 들었다.  


5시 반이다. 어제의 길고 긴 하루가 생각났다. 다시 6시 알람으로 맞추고 30분 동안 침대에서 뒹굴며 오늘 꼭 해야 할 일을 하나 둘 생각해냈다. 더 잘까 말까 타협의 소리를 듣다 마음이 불편해져 벌떡 일어나 지연에게 30분 더 일찍 만나 걷자고 했다. 몸을 먼저 깨우는 편이 흐릿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좋은 것 같았다. 하루를 거른 산책, 핸드폰 없는 밤과 아침, 짧은 시간이지만 없어진 것이 생기니, 무엇에 집착하는지, 이게 없으면 어떤 것이 생기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익숙한 길을 지나 새로운 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다.  


신남 구간의 베라

#araxjiyoun_rou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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