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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아라 Oct 31. 2021

만두, 만두, 만두

10월 31일 작성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의 안아라입니다.

지난주 #홈그라운드델리숍_반짝식당 을 마치고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메뉴를 짜고, 운영 공지를 하고, 예약을 받고, 재료를 준비해 오랜만에 주방에 서니,

이렇게 온전히 주방 중심으로 생활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시간과 몸을 온전히 주방에 맡기는 일은 다시금 생각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고,

요리사들은 그것을 일상으로 삼고 매일을 삽니다. 늘 건강이 염려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요리사들과 함께 일 할 때는 운영을 도맡았는데, 제가 그분들께 많은 고됨을 요구하진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커리와 카레> 이슈를 연달아 이어가기보다 반짝식당의 메뉴로 들일만한 소재를 찾다,

지난 추석, 오랜 손님이 빚어 나눠주신 맛있는 만두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두를 빚었습니다.


추석 명절 전 업무로 바삐 보낼 때, 잘 빚어 냉동시킨 만두를 들고 오셔서는

"별거 아닌데, 구워 먹는 것이 더 맛있어요."

라는 말에 남기고 돌아가시자마자, 출출해져 받은 만두를 사람 수만큼만 꺼내 구웠습니다.

노릇하게 구워진 만두는 먹음직스러웠지만, 찾아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뜨거운 만두를 입에 조심히 물었습니다.


옅은 생강향이 밴 고깃물이 입에 들어왔고, 겉은 바삭 쫄깃하고, 속은 고소한 촉촉한 고기새우 만두에 깜짝 놀랐지요. 생강향이 아주 좋았어요. 사람 수만큼만 구워 맛만 보자던 우리는 주신 만두 20개 정도를 모두 구워 순식간에 다 먹었습니다. 고기만 들어있는 것도 있고, 고기에 새우를 크게 썰어 넣은 것도 있었는데, 모두 새우가 들어간 쪽을 더 좋아했습니다. 손님의 만두는 피가 얇고, 고기소가 가득한 송편 크기의 만두, 교자였습니다.


저희 집(전라남도 사람)은 설에 만두를 함께 빚는 일이 명절 풍습으로 없었고, 대신 추석에 송편을 빚는 일만은 빼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만두는 그저 "고향 만두"를 구워 먹거나 라면에 넣어먹는 떡만두 라면 정도로만 자리하고 있는데, 서울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만두를 접할 수 있었죠. 한창 유행했던 뜨거운 고기 국물이 나오는 포자, 딤섬, 튀기듯이 구운 중국집의 만두, 소가 없는 꽃빵, 얇은 피에 고기, 숙주, 두부 소를 가득 채운 평양만두, 부추가 잔뜩 들어간 만두, 김치와 당면, 두부 소의 만두, 생강 돼지고기 만두, 발효피의 찐빵, 호빵 등 다양한 지역과 방식의 만두를 먹으며, 입맛에 맞는 만두를 찾게 되었습니다. 냉면집에서 먹을 수 있는 평양만두와 완탕 면의 호로록 넘어가는 완자도 좋아하게 되었죠. 그렇지만, 좋아하는 정도는 김밥을 넘어서지는 않아서 찾아먹지는 않는데, 이번에 만두를 빚어보니 냉장고에 직접 만든 맛잇는 만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든든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머 먹지? 먹고 싶은 게 없네, 그냥 만두나 구워 먹지 머!' 이런 식으로요.


교자와 만두라는 단어의 차이를 자연스레 찾아보았는데, 교자는 발효하지 않은 얇은 피에 고기 같은 소를 넣어 찌거나 굽거나 물에 빠트려 먹는 만두를 가리킨다고 해요. 만두는 조금 더 큰 단어인데 이 단어의 어원과 요리법을 다루는 동북아 역사책이 나올 정도이니, 밀가루나 맵쌀가루 반죽 안에 무언가를 채우거나 채우지 않고 만드는 음식과 문화의 범위는 아주 방대합니다.


만두의 어원도, 만드는 법도, 구전과 기록, 편집을 거쳐 지금 제 눈앞에 펼쳐지고, 입 안에서 돌아다니니 참 신기합니다. 손님의 만두를 살펴보면, 일본, 한국, 중국이 모두 한 데 섞여 있는 듯한데, 아시아가 한중일만 있는 것이 아니니 거슬러 올라가면 아주 속속들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 만두 합니다. (^^;)


잡설은 여기서 자르고, 보경님이 흔쾌히 알려준 만두 레시피를 나눕니다.


보경님은 제 주변 인물 중에 "정확한 사람" 구획 안에 있는 분으로, 그의 요리는 정확히 계량하고, 여러 번 시도하고 다른 요리사들의 레시피 (주로 일본 요리책이나 요리 유튜버)를 참고 반영해 완성했을 법합니다. 홈그라운드에 오셔서 요리할 때도 저울을 지참해왔습니다. 여러분도 처음엔 가급적 계량해서 만들고 두 번, 세 번째부터 감대로 재료를 가감해가며 만들어보세요. 만두는 맥주를 마시며 함께 빚어야 재밌으니, 누군가 있을 때, 만두소를 만들어두고 함께 빚어도 좋습니다. 송편이든, 만두든 모든 준비를 완료하고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씩 하며, 앉아서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물 조물 손가락을 움직일 때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보경 님의 레시피 노트

받은 레시피를 기준으로 저희는 10배 분량으로 조정하여 #홈그라운드델리숍_반짝식당 에서 만들었습니다.

반짝식당은 앞으로 매월 셋째 주 주말에 운영할 예정입니다. 셋째 주 월요일에 인스타그램에서 공지 확인해주세요.

 

레시피에 따라 만두소를 만들면서 류혜진 요리사님이 다시 계량하였어요.


김보경 님의 교자 (20개 기준)


다진 돼지고기 (다짐육은 보통 앞다리살을 다져 만듭니다) 200g

꽃소금 2g

기꼬만 간장 2t

후추 5번 갈아 넣음 (대략 1g)

다진 생강 5g

대파 흰 부분 다진 것 50g

물 70mL (3~4번 나눠 넣을 분량)-원래의 레시피보다 물 양을 줄인 것은 소를 만들어보고 양배추와 부추 양을 늘려서입니다.

5mm 간격으로 자른 부추 30g

다진 양배추 90g

참기름 1T

시판 만두피 20장


*야채를 다질 때는 가급적 날이 잘 선 칼을 이용해 다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푸드프로세서나 무딘 칼을 사용하면 끝이 짓이겨져 식감이 좋지 않고, 풋맛이 나기도 해요. 그러니 천천히 하나씩 정성 들여 씻고 손질해요.


1) 다진 돼지고기를 키친타월 위에 올려 나오는 핏물이 흡수되도록 합니다.


2) 생강은 껍질을 제거하고, 입자가 보일 정도로 조금 크게 다져 찬물에 5분 정도 담가, 전분기를 제거하고 물기를 뺍니다.

(만두 소로 사용할 때 이 방법을 쓰면, 식감이 살고 끈끈하고 텁텁한 맛이 사라지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3) 핏기를 제거한 돼지고기에 소금, 기꼬만 간장, 후추, 다진 생강, 다진 대파(다짐 정도는 사진을 참고해주세요)를 넣고 섞습니다.


4) 고기 소 반죽에 물을 3-4번 나눠 넣는데, 물을 넣고 가급적 한 방향으로 반죽을 섞습니다.(섞을 때 왜 한 방향인지, 어떤 원리이고 이유인지 몹시 궁금해요. 계란을 풀 때나, 오미자 혹은 계피 갈수나, 맛탕을 만들 시럽이나, 계란물이나 모두 한 방향으로 저으라고 해서 보경님과 상의하자 바로 찾아주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만두소는 액체는 아니긴 하나 아주 골고루 속속들이 물이 스며들게 한 방향으로 섞어봅시다)

물이 재료에 골고루 스며들도록 조물조물 잘 섞으세요. 만두를 베어 물었을 때 나오는 재료의 고소한 물이 실은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합니다.


5) 충분히 섞으면 다진 부추, 양배추, 참기름을 또 고기소와 잘 섞이게 골고루 손으로 버무려줍니다. 야채가 너무 짓이겨지지 않도록 조심히 골고루 섞어주세요.


6) 고기소가 완성되었습니다.


7) 만두는 송편을 빚듯, 만두소를 만두피에 적당량을 넣고, 접으세요. 새우을 넣고 싶으면 익히지 않은 냉동새우를 해동하고, 새우 몸통을 3 등분한 다음, 한 조각을 고기소 안에 밀어 넣고 만두를 접으면 됩니다.

만두소에서 만두를 접기 딱 좋은 수분이 나와 만두피가 서로 잘 붙는 편이나, 잘 안 붙으면 손가락으로 물을 콕 찍어 만두피 가장자리에 묻혀 붙이세요.


☺ 정성스레 만든 만두가 서로 들러붙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만두 사이사이 덧밀가루를 뿌려 간격을 두고 저장하세요. 저희는 만두끼리 붙어 냉동고에서 꺼내 요리하려고 할 때 만두를 분리하다 만두피가 터지는, 아주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ㅠㅠ) 만두에 유산지를 중간중간 넣어 주세요. 다 만든 만두는 냉동고에 저장해 두고 꺼내 드세요.

핏기를 키친타월로 제거한 다진 돼지고기에 파와 생강 소금 간장 후추를 넣고 있습니다.
양배추를 낱장으로 뜯고 질긴 밑동은 잘라내고 다지세요. 약간 식감이 살아있었으면 해서 아주 잘게 다지지 않습니다.
류혜진 요리사님이 능숙하게 만두 주름을 잡아 만들었습니다. 주름은 안 잡아도 되어요. 만두 사이사이 덧 밀가루를 발라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유의해주세요.
만두를 만드는 보경님과 혜진 요리사님. 이날 만든 10배 분량의 만두소로 고기만두 100개, 새우만두 100개, 야채만두 95개를 만들었습니다.


안아라의 야채 교자 소 (20개~25개 기준)

물기를 뺀 단단한 제주 두부 1모 300g  

꽃소금 2g

기꼬만 간장 2t (양조간장 중 가장 향이 적은 것 같아 사용합니다)

후추 5번 갈아 넣음 (대략 1~2g)

만가닥 버섯 100g 잘게 다진 것

5mm 간격으로 자른 부추 100g

잘게 다진 우엉 30g

참기름 1T

시판 만두피 20장

아주 담백하고 심심한 소입니다. 원하시는 경우, 간장이나 참기름을 더 넣거나 또는 다진 마늘을 넣어 간과 향을 올려도 됩니다.


1) 키친타월을 바닥에 두껍게 깔고 그 위에 단단한 두부를 올립니다. 물이 빠지며 간이 배게 두부 위에 꽃소금을 솔솔솔 조금 뿌려둡니다. 키친타월을 위에 또 깔고, 무거운 도마를 두부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냄비를 또 올려, 두부에 있는 물기를 가급적 잘 빼냅니다. 제주 마른 두부처럼 밀도가 높은 두부를 사용하면 물기 빼는 시간이 조금 줄어요.


2) 간이 베이며 물이 빠진 두부를 으깨 주세요.


3) 만가닥 버섯 한팩을 잘게 다져, 프라이팬에서 꼬들꼬들 해질 때까지 들기름을 두르고 소금을 한 꼬집 뿌려 볶습니다. 내용물로 들어가는 부추에서 물기가 나오므로 버섯과 우엉은 잘게 다져 들기름에 볶아둡니다.


4) 우엉은 겉면의 흙만 잘 닦고, 껍질이 있는 상태로 잘게 다져, 물에 5분 정도 담가 두면 우엉에 있는 전분질이 빠져 식감이 좋아집니다. 물기를 잘 빼고, 프라이팬에 올리고, 들기름을 한수저 두르고 소금 한 꼬집을 뿌려 달달 볶습니다. 식감이 살아있고, 우엉 특유의 가을 향을 만두에 넣고 싶었습니다.  


5) 고기소에 들어가는 부추와 같이 부추를 짧게 자르는데, 야채 소에는 부추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맛있어 양을 늘렸습니다.


6) 으깬 두부에 소금, 간장, 후추, 버섯, 부추, 우엉, 참기름을 모두 넣고 골고루 섞어줍니다.


7) 만두소가 완성되었습니다. 만두피에 넣고 만두를 만드세요. ;-)

두부소 테라코타

[만두 굽기]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강불에서 만두를 넣어 만두의 바닥이 조금 구워지면, 끓는 물을 바닥에서 5mm 정도 올라오게 조금 넣고, 뚜껑을 닫고 4분 정도 익히다 뚜껑 열고 참기름을 조금 뿌리고 수분을 날리고 먹습니다.


[다른 응용법]

만두는 구워먹는 것도 있지만, 국물에 넣어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두피 안의 만두소에서도 맛이 우러나와 자연스레 고기나 채소 국물이 만들어지는데, 저는 디포리나 다시마, 채소 자투리를 넣고 끓여 만든 육수에 만두를 넣고 끓여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간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춥니다. 그리고 쪽파를 잘게 썰어 산더미처럼 얹고 참기름을 한방울, 후추 많이 뿌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쪽파의 개운한 맛이 만두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국물에 스프 없이 라면을 넣어 끓여 먹어도 좋습니다. 슴슴한 국물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저만의 맑은 완탕면인 것 같습니다.  

에이코 상이 만두 굽기 마지막에 밀가루 물을 바닥에 부어 바삭한 크러스트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에이코 상의 팁: 굽는 법은 찌듯이 굽는 방법인데요. 참기름을 뿌리기 전 만두가 익으면 물 2: 밀가루 1의 비율로 섞은 밀가루 물을 잘 개어 팬 바닥에 흘려 잠시 익히면 바삭한 밀가루 날개를 단 구운 만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라임바질 마요를 얹은 토란 샐러드를 만들어 구운 교자와 함께 먹으며 살을 찌웠습니다.


직장을 다닐 때, 집 근처 버스 정류장 앞에 피가 얇고 고기소가 꽉 찬, 작은 아기 주먹 크기의 만두를 파는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큰 찜기에서 올라오는 하얀 수증기 덕에 멀리서도 만두집인 것을 알 수 있었죠. 마음이 헛헛하고 허기질 때, 저녁을 만들어 먹을 힘도 안 남았을 때, 그 집에서 6개 들이 만두 한 팩을 사서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는데, 걷다가 하나 꺼내 물으면 입 안 가득 찹니다. 슬쩍 입을 가리고 오물거리며, 정류장에서 집까지 10분 정도 걸으면, 당장의 배고픔도 속 시끄러움도 가라앉았습니다. 몸을 움직이면 고민이 해결되진 않아도 고민이나 쓸데없는 생각에 몰입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입 안 가득 들어있는 만두를 열심히 씹고 맛을 느끼는 데에 온 신경이 쏠려 울적하거나 골몰하는 상황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양푼에 밥이랑 반찬을 넣고 호기롭게 비벼 크게 한 숟갈 떠 마구 우물거리는 심정이 그런 것이겠죠?

드라마에서는 그러다 꼭 입 안의 음식이 튀어나오면서 막 울던데, 저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 ^^; 으엑.   


같이 빚는 재미도, 입 안 가득 만두를 씹으며 어려운 날들을 넘겨왔던 때를 기억해보게 하는 만두와 든든한 친구가 된 손님 보경님, 고맙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모여서 빚어보세요. 어렵지 않고,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냉동고 안에 맛있는 만두가 있어 든든한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좋아하는 정식, 그리고 홈그라운드 델리밀 정식에 대해 편지할게요.


곧 뵈어요.


고맙습니다.


홈그라운드에서 아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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