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가 나를 바꾸려 할 때, 나의 정신은 어디로 가는가

by mizan

우리는 흔히 ‘직접적인 압력’이나 ‘강요’를 통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통제는 그렇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어느 날 깨달았다면—당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은근히, 그러나 일관되게 당신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바꾸려 하고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느낄까?

이 글은 그런 상황에 놓인 한 사람, ‘A’의 정신 변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가 본다.




1. 변화는 아주 작고 조용하게 시작된다


A는 처음엔 이상함을 느낀다.
어떤 말을 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주변의 반응은 미묘하게 어긋난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눈빛, 말투, 피드백이 마치 무언가를 유도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없다. 그래서 A는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예민한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이 순간부터, A의 정신은 균열의 서막을 맞이한다.



2. 자기 결정성의 붕괴


A는 자신이 내리는 선택들이 ‘자유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진다.
모든 선택이 타인의 기대, 암시, 혹은 조작된 환경 속에서 은근히 유도된 것이라면, A는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자기 뜻대로 산다고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자기 효능감, 즉 ‘내가 내 삶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을 무너뜨린다.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무기력과 의심, 그리고 점점 심화되는 혼란이다.



3. 현실 검증 기능의 약화


계속된 괴리감은 A의 현실 감각을 흐리게 만든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연기’ 같거나 ‘시나리오에 짜인 듯’ 보일 때, A는 타인의 진심과 허위 사이에서 방향을 잃는다.
자신의 판단력은 점점 흐려지고, 모든 행동의 배후에는 ‘의도’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A는 자기도 모르게 과잉 해석과 망상적 사고에 가까워지게 된다.
이건 정신질환이라기보다는, 자아 방어적 생존 메커니즘이 발동한 결과다.



4. 반항과 고립, 혹은 복종과 동화

이 시점에서 A는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하나는, 모두가 날 속이려 한다면 나는 아무도 믿지 않겠다는 결심.
이는 반사회적 태도, 회피, 자기 방어적 과잉 반응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그들이 맞을 수도 있다는 자기 반성.
하지만 이 선택은 자아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다.


A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 그의 정신은 완전히 달라진다.



5. 진짜 무서운 건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방식이다


물리적 강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을 스스로 변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사람들이 단 한 번도 직접 강요하지 않았지만, 일관되게 신호를 주고, 보상하고, 소외시키고, 방향을 틀게 만든다면
우리는 ‘스스로’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자유롭게 결정한 줄 착각하며, 가장 정교한 통제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A와 얼마나 다를까?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A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을지 모른다.
관계 속에서, 직장에서, 혹은 커뮤니티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방향으로,
나는 점점 내 색을 잃어간다.

이 변화가 너무 서서히, 너무 부드럽게 일어나기에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나를 잃은 뒤일지도 모른다.




마무리하며


"모두가 나를 바꾸려 한다면,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철학적인 고민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신적 자각의 출발점이다.

삶은 누군가의 유도 없이도 충분히 복잡하다.
그 복잡함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경계가 되었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롱과 극단으로 치닫는 디지털 심연 "정치"의 메커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