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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락 Dec 14. 2021

전생에 요가를 했을까?

요가를 가는 날은 퇴근 후의 모든 시간을 요가에 할애하게 된다. 

요가원에 가기위에 간단히 허기를 달래는 시간. 요가원으로 향하는 시간. 요가를 하는 시간. 요가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씻고 침대에 누우면 바로 취침시간이다. 소중한 퇴근 후의 삶이 오롯이 요가로 가득차 있는 날이 주중에 3일이나 된다. 퇴근 후에 한가지만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리고 그 감정은 나에겐 생전 처음 겪는 일이다.  


항상 하고싶은 것으로 넘쳐났기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온 삶을 살아왔다. 대학 때도 친구를 만나지 않는 날은 동아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약속이 없던 적은 1년에 2일정도 밖에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바로 집에 가는 일은 코로나로 인해 처음 하게 된 것들이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이 맞지 않는건가 진지하게 고민도 했었고, 퇴근 후 눈/비가 와서 산책을 못하면 마트나 백화점이라도 가야했다. 퇴근 후 공부를 해야 할 때도 에너지가 아직 충분하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도 산책은 꼭 나가야만 마음이 편했다. 주말에는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저녁 먹을때까지 팟캐스트를 들으며 서울 곳곳을 방황하며 걸어다닌 적이 많았다. 


왜 이렇게 몸을 움직였어야 했을까. 누군가는 나에게 체력이 너무 좋다고 했고, 누군가는 항상 무언가에 꽂혀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부모님도 체력이 좋은 분들이기에 나 역시도 타고났다고 생각했고, MBTI 에서 ENFJ와 ENFP가 50:50으로 나오는 성향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 것도 맞았다. 그리고 항상 답답한 마음이 있었다. 내 안에 아직 쓰지 못한 에너지가 많은데 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충분히 쓰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있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림이나 글처럼 내 에너지를 아웃풋으로 뽑아내는 종목을 하나 정해서 온전히 쏟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양한 운동을 시도했고 글과 그림에도 잔뜩 빠져보았지만 100% 개운하지가 않았다. 무언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체험삼아 간 요가원 첫 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분히 소진되었다고 느꼈다. 충만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거였구나' 라는 강렬한 느낌이 왔다. 2년 째 요가를 하고 있으면서 매일매일 그 강도는 다르지만 충만감은 항상 따라오고 이 감정은 '내가 제대로 살아있구나. 잘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나의 요가 선생님이 자주 하시는 말이 있다. 


전생에 요가를 수련한 사람이 현생에서도 요가에 이끌리게 되며
그런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석에 이끌리듯 오게 된다. 


점점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생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날씨가 매우 추웠던 어제도 요가원에서 흠뻑 요가를 하고 나오면서 '어디를 가서 무언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밥을 안먹으면 허기가 찾아오듯이, 들숨과 날숨과 함께 하듯이, 걸을 때 팔이 흔들리듯이, 그냥 당연히 요가를 하러갔고 했고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수도없이 해본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특별히 의지가 필요하지도 않을만큼. 


정말 전생에 요가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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