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나. (송장 자세)
매트 위에 온 몸의 힘을 빼고 누워 송장처럼 누워있는 자세이다. '가만히 매트에 누워있는 자세라니, 완전 쉬운데? 쉬는 시간이네'라고 많이들 생각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힘을 빼고 가만히 머무르는 것은 어쩌면 사람이 가장 하기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있어도 목을 가누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의자에 앉아있을 때도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 있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면 몸이나 손끝에는 힘이 쉽게 들어간다. 우리가 몸에 힘을 완전히 빼는 경우는 오직 잠을 잘 때뿐 일 것이다. 몸에 힘을 뺀 채고 누워있으면 자동반사적으로 뇌가 '잠을 잔다'라고 인식을 하는 탓인지 사바사나 때는 매우 잠이 들기 쉽다.
개인적으로 정의해본 올바른 사바사나의 첫 번째 조건은 잠이 들지 않는 것이다. 나에겐 아직 이 첫 번째 조건이 가장 힘들다. 어느 정도 잠이 들지 않게 되었다면 두 번째는 생각에 잠식당하는 게 아니라 그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치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온몸이 긴장하고 '무서워!'라고 느끼는 게 아니라 '무서움이라는 감정이 일어났구나'라고 인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메타인지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으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헤드스페이스'에도 잘 나와있는 내용이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은 수업 시작할 때 10분간의 명상을 하는데, 때에 따라 파드마 아사나(가부좌 자세)로 명상하기도 하고, 사바사나로 하기도 한다. 사바사나로 시작하는 날은 수업의 처음과 마지막이 같은 자세가 되는데, 신기하게도 같은 자세를 두 번 할 뿐이어도 느낌은 전혀 다르다.
처음으로 하는 사바사나는 오늘 눈을 뜨자마자 이어진 소란과 자극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잠시 수련을 위한 몸과 마음으로 전환하기 위해 '목욕재계'를 하는 느낌이다. 정신과 몸에 흔적을 남긴 오늘의 사건사고들을 가만히 떠나보내는 느낌이라면, 마지막에 하는 사바사나는 신중히 몸을 움직이며 땀 흘린 후에 각자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하산'의 느낌이다. 그 하산의 느낌은 종종 하루 종일 거칠게 다룬 몸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머릿속 온갖 소란을 내려놓는 '육체와 정신의 영점 조절'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사나의 시작을 여는 사바사나와 문을 닫는 사바사나 중 어떤 것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면, 망설이 없이 시작을 여는 사바사나가 더 어렵다. 마지막으로 하는 사바사나는 잠이 들지 않게만 조심하면 되는데, 처음으로 하는 사바사나는 정말이지 쉽지 않다.
눈을 감으면 생각에 더 잠식당하기 쉬운 탓에 '아까 회의 때 다르게 표현할 걸 그랬나', 혹은 '집에 가서 얼른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명상을 접하기 전에는 머리가 팽팽 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딱 한 번만 효과적인 명상을 해보면 평소에 우리 뇌가 말이 얼마나 많았는지 진저리를 칠 것이다). 한참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깨가 빳빳하게 긴장하고 손목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반대로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1분도 안돼서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가끔 사바사나 때는 우렁찬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드르렁드르렁 퓨 퓨 ". 대부분 조용한 요가원에 울리는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놀라 스스로 깬다. 맹렬히 코 고는 소리는 다른 사람의 명상을 방해하는 원인이지만 나는 코골이의 순기능(?)을 알고 있다. 누워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에 너무 골몰해 있을 때 적막을 깨는 코 고는 소리는 '아이고, 내 몸은 요가원에 있는데. 정신이 또 멀리도 갔었네' 하면서 다시 나를 현실(here and now)로 돌려놓는다.
나 역시 잠에 빠지는 일이 가끔 (어쩌면 종종) 있고, 때로는 불순하게도 잠이 빠지기를 기대한다. '오늘 너무 고된 하루였어. 초인적인 의지로 간신히 요가원에 왔는데 사바사나로 시작해서 딱 5분만이라도 푹 잤으면 좋겠다'. 가끔 깊은 잠에 빠져 사바사나를 빙자한 숙면을 취하면 그날 수련을 훨씬 집중할 수 있기에 가끔은 푹 자도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있다. (쪽잠의 파워란!)
드르렁 소리와 쌍벽을 이루는 소리가 있다면 '으어어어...' 라는 앓는 소리이다. 짧은 시간에 아주 깊은 잠에 빠지면 본인도 모르는 새 입으로 '으어어어' 앓는 소리가 튀어나오지 않던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명은 사바사나 때 깊은 잠에 빠져 앓는 소리를 내는 걸 보면 현대인들이 얼마나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도 자다가 '으어어어...' 소리를 내본 적이 두 번 정도 있는데 대부분 자기 소리에 놀래 괜히 코를 훌쩍거리거나 헛기침을 하며 이제는 깼다는 표시를 하기도 한다. 가끔 숙면 중(?)에 방귀를 뀌시는 분도 있는데 더 이상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 그저 우리 모두 너무 피곤하고 고된 하루를 보냈고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바로 집에 가서 눕지 않고 기어코 요가를 하러 왔다는 사실만으로 존엄성을 유지받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