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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Aug 21. 2020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도구 

숨 2013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재의 상태를 인지하곤 합니다. 이때 흔히 감각을 5가지로 구분 지어 놓은 것과는 달리, 복합적인 감각을 통해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 예로 누군가에게는 몸의 청결을 위해 빠르게 끝내는 샤워보다,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 차분히 목욕하며, 때를 밀었을 때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물의 온도를 느끼고, 때를 밀어내는 행위를 통해 '촉각'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데 굉장히 중요한 감각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샤워와는 달리 목욕을 할 때는 따뜻한 습기에 노출된 시간과 바디워시의 향,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시각적으로 즐거운 입욕제의 색감 등의 복합적인 감각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감각들은 사람이 현재 상황이 안정적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비슷하게도 저에게 숨은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공감각입니다. 후각이라고 하기엔 촉각도 느껴지고, 촉각이라고 하기엔 이를 통해 연상되는 것들이 매우 다양하지요.


특히 저는 숨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자각합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흙과 물, 그리고 공기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깊게 느끼곤 합니다. 최근엔 코로나 19로 인하여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꽃이 피고, 나무가 무성한 계절의 변화가 저에게는 굉장히 어색하고 현실감이 없었는데요.


며칠 전 늦은 밤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 하천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었을 때, 깊게 들이마신 숨을 통해 이제야 봄이 왔음을 온전히 자각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괜히 뭉클함을 느껴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첫 직장에 취업하기 전,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인 숨의 중요성을 옷 안에 담아보고자 했었습니다. 약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항상 숨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했고, 이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업했습니다.


이때 작품을 만든 경험이 하나의 기준이 되어, 첫 직장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이해를 굉장히 중시하며 옷을 만드는 생활 한복 브랜드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숨의 부재


정신없이 사회에 적응하느라 한창 바빴던 20대 중반이 지나자, 제 몸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과호흡이 생긴 것이었는데요.


처음 이 증상이 생긴 건 두 번째 직장을 들어간 지 2개월 만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갑작스럽게 주어진 과업으로 인해 주말은 물론, 밤낮 구분이 없이 긴장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이 상태를 장시간 지속하자, 외부에서 저를 조금이라도 긴장시키거나 놀라게 하는 일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쉬어지던 숨이 갑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숨이 안 쉬어지자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분명 나는 땅 위에 있는데 누군가 강제로 제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은 듯한 착각과 공포감에 시달렸습니다.


과로로 인한 일시적인 해프닝일 줄 알았던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습니다. 나중엔 처음보다 심해져서 아예 주변 소리가 안 들리기까지 했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숨의 회복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것과는 달리 저는 어느 순간부터 원래 있던 고질병 마냥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증상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현재 속한 조직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고, 남들도 이렇게 버티면서 산다고 착각했습니다. 아프면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29살 여름, 평소 알고 지내던 무용가 선생님으로부터 오랜만에 일반인이 참여 가능한 오픈 클래스를 여신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날 수업에서 선생님은 숨을 온전히 의식하고, 온몸에 닿을 수 있도록 호흡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숨이 골고루 들어가고 나간 이후부터 제 몸은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는 자기합리화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3개월간 저는 명치부터 시작해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불덩이를 삼킨듯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장기간 몸살을 앓게 되자 지속적인 통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고, 저는 “화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맞지 않는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얼마나 스스로에게 강압적으로 버티라고 강요해 왔는지를 그제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와 맞지 않았던 행동들을 그만두기 위해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퇴사 이후에도 가끔 증상이 발현될 때가 있었는데요. 저는 이 증상을 내가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다시 한번 몸을 점검하고, 다잡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감각을 꺼두는 다양한 이유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 되레 이 감각의 활용에 제한이 있지요.


대부분 사람의 하루는 혼자 있기보다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특정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시간이 깁니다. 이때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관찰해보면, 개인이 느끼는 감정, 본래 활용하는 감각을 조직 내에서 잘 드러내지 않는 편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직이 기대하는 과업을 처리하는데, 개인이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감각하고 판단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행위로 치부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나 직장에서 요구하는 과업을 우선해서 처리하고, 기대받는 포지션에 집중하느라 온종일 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이 상태를 유지하는 데 몸이 보내는 다양한 신호들이 방해된다고 생각해 종종 무시하곤 하는데요.


자신의 몸이지만 감각과 연결이 끊긴 상태를 지속하면, 조직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으로 돌아왔을 때, 정작 스스로 무엇을 원했는지 인지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지나쳐버리기도 하죠.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당신과 나누고 싶은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최근 들어 당신이 가장 집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상황, 감정, 컨디션, 물질 등등...)


2.    그렇다면 현재 당신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 창 또는 제 개인 이메일 arallabiz@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그럼 우린 격주 주 금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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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신 분들


원고 감수자:너굴, 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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