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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Aug 28. 2020

듣고 말하는 감각

언어를 선택하게 되는 배경


한국 사회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은 그 자체의 어학 사전적 의미만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사용할 맥락을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벼운 비교 예시로, “예쁘다”는 표현을 들 수 있는데요. 우리가 꽃을 보고, “정말 예쁜 꽃이다~!” 하는 것과, 같은 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후배를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내가 평소 예뻐하는 후배야”라고 표현할 때는 같은 뜻으로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전자의 경우는 정말 그 꽃이 가진 시각적 외관을 보고 나오는 감탄사입니다. 반면 후자는 정말 후배의 시각적 외관이 예뻤다기보다는, 이 표현을 사용함으로 인해 자신이 소개하는 사람보다 서열상 위에 있다는 권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실제 우리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윗사람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내가 예뻐하는 ** 선배, 상사야”라고 말하지 않으니까요.


이렇듯 우리가 말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은 주로 소속된 집단 내에서 학습을 했거나, 기대된 역할에 맞게 사용하는 표현이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은 주체성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단어를 선택하는 경우보다, 사회에서 요구된 맥락에 따라 학습화된 표현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훨씬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사용한 표현들이 개인의 생각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행동과 방향성 또한 구체적으로 변화하게 만듭니다.






관습적 표현이 옷에 미치는 영향


우리가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 중에는 사회에서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기대하는 행동과 역할의 제약을 내포하고 있는 표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패션업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한 예시로 여성복에서 자주 사용하는 “페미닌 하다”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여성복 브랜드들의 분위기는 공통으로 우아하면서, 부드럽고, 미니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옷 디테일 면에서 실용성보다는 실루엣을 중시하므로 주머니가 있어도 장식용이거나, 실제 물건 수납에 어려움이 있는데요. 소재적인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내구성이 약한 소재를(시폰, 실크..)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물론 우아함은 여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남성이 가진 우아함을 표현하기 위해 내구성이 약한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외에도 남성복 비즈니스 정장류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실루엣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요.


다만 패션업계에서는 여성복만큼이나 남성성을 규정짓는 관습적 용어 표현을 찾아보기 어렵고, 실제 그런 용어가 있다고 해도 대중적인 표현으로 잘 활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시대가 변화해서 성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진 옷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성복은 장식과 실루엣에 중심을 두고, 남성복은 실용성에 기반한 디테일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복에서는 실루엣을 중시하는 와중에도 주머니의 깊이, 소재의 견고함과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여성복이 가진 화려한 디테일과 색감으로 인해 남성복보다 다양한 디자인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제한된 범위 내의 관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만 해당합니다. 반면 남성복 또한 여성복보다 활동성에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범위는 사회적 책임과 그에 따른 과업 내에서만 허용하는 보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성별에 따라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이미지에는 아직도 큰 차이가 존재하며, 양측 모두 그 역할과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옷을 통해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내 언어를 인지하려면



이외에도 우리는 개인이 의식적으로 선택한 표현보다는 본명이나 특정 집단 내에서 부여받은 호칭(엄마, 아빠, 대리, 과장)처럼 주어진 의미나 역할로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의식한다면, 관습화 되거나, 사회적으로 기대받은 역할들을 되짚어 보고, 주체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일링 때마다 당신이 보는 “김고래”는 예명입니다. 부모님이 처음 지어주신 본명에는, “알다, 깨닫다”의 동사형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외에 동음이의어로, “다시 돌아오라”, “핵심, 바다, 소라" 등의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요. 이로 인해 30살이 되기 전까지 타인이나, 조직에 기대에 따라 이름의 의미가 임의로 변형되어 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벼운 일화로는 첫 직장을 다녔을 당시의 일을 들 수 있는데요. 그 당시 대표님의 자녀분 이름이 저와 불리는 소리는 같았지만, 의미는 한자를 써서 “핵심”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는 내내 대표님은 저에게 회사의 “핵심”이 되라며 과한 책임과 업무를 강요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 기억 속에  첫 직장은 가장 힘들고 고되었던 시기로 남아있습니다.


이 과정들을 통해 저는 더 이상 특정 집단의 목적 아래 함부로 불리며, 그 역할을 부여받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예명을 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명보다 대중적으로 인식되는 공통적 심상이 뚜렷한 “고래”라는 예명을 올해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도 주로 듣고 말하는 표현이 있을 텐데요. 함께 나눠보고 싶은 질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당신이 평소 자주 사용하는 언어 습관이 있나요? (감탄사, 수식어, 단어동사.. 등등)


2.  이 표현을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자주 사용하게 되나요?


3.  당신에게도  재정립하고 싶은 표현이(이름호칭감탄사동사단어….) 있다면, 무엇으로 바꿔보고 싶나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고 싶으신 분들은 댓글 창 또는 제 개인 이메일 arallabiz@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그럼 우린 격주 주 금요일에 또 뵙겠습니다!


김고래 드림.



*이 이야기는 제가 운영 중인 PROJECT_ON_ZONE의 지난 이메일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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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신 분들


원고 감수자:너굴, 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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