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처럼 살랑, 사랑하는 A에게

스물 여섯 개 알파벳 중, A가 당연히 첫번째니까.

by 아람

[26개 알파벳 중 A가 당연히 첫번째니까]




언니는 오랜만에 네시간쯤, 꿈 없이 푹 잤다.

(물론 평소와 같이 두시간마다 깼지만)

최근에 누군가가 최근 공허함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며

“노력 없이 사랑받고 살길 바란다”는 말을 해줘서 그런가.


오늘 눈 뜨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받는 삶은

도대체 어디서 사고 파는 걸까,

하고 말이야


대개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자격이 있는 것만 같잖아.

누구에게든 사랑을 얻고자 전쟁같이 사는 나에겐

상상만 해도 허들이 까마득하게 높게 느껴졌거든.


이쯤 했음 자격이 없다는게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나 스스로를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


그들과는 다르게 나 같은 사람은 이를 악물고 노력해도

갖은 애만 다 쓰고 평생을 이리저리 쓸려 다닐거야.

그렇게 정신없이 얼레벌레 살겠구나 하고

기운 빠지는 생각을 했었어.


근데 언니가 오랜만에 기운이 좀 나서

약도 눈 뜨자 마자 먹고 밥도 챙겨먹고 나니까

요즘 나처럼 공허하고 배고팠을 네가 생각이 나서

괜히. 말간 웃음이 예쁘고 따뜻한 너 생각이 나서.


다리 다친 거

병문안 못 가서 미안해.

지금은 분명 내가 다른 사람보다

가까운 거리인걸 내가 잘 아는데.

네가 내심 서운했을지도 몰라.


최근에 세운 운동 계획도, 항상 부지런하고자

체크리스트를 한자 한자 적어가며 애쓰는 마음도


다리를 예상보다 크게 다쳐 버리는 바람에

네 의지와는 상관 없이 강제로 멈춰야만 하는

마음의 무너짐과, 연이어 물밀듯 밀려올 씁쓸함을 알고.


그래서 너에게 맛있는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로 어화둥둥 달래주고 싶은데

직접 찾아가기에 먼 거리도 아니라 더 속상하지만,


우리 둘 마음의 거리는

언니의 우울한 거실에서

포근한 안방의 거리만큼 가깝다고 생각하는 A에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어.


언니는 자주 너보다 더 어린애 같애

그래서 네가 존경스러울 때가 아주 많아


다만 언니는 사회인 흉내는 늘 내야 하기에

월요일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죄책감으로

애써 이겨내고 있어.


그런고로 결국 마음이 다급하고

몸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언니가 A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높게 사주기 바라.


소파에 누워 손가락 몇번 까딱이면 되는 배달 케이크라

그리 귀한 것도, 비싼 것도 아니지만


네가 나한테 표현하는 마음에 비하면

진짜 너무 아무것도 아니야.


나의 리액션 요정!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너는

너는 내게 귀한 보석이라도 받은 것처럼

이리저리 방방 뛰며 세상에 자랑할테지?

네가 보일 반응이 눈에 선해서

새삼 부끄럽기도 하다.


그리고 A야,


나에게 너는 말야

언니의 끊임없는 불행 중에

우당탕탕 큰 소리를 내며

그 무엇보다 힘있게 다가오는 다행이야.


너는 상상도 못할 만큼

언니 눈엔 네가 너무 이쁘고,

들여다 볼 수록 마음이 기뻐져서


나를 저 깊은 곳으로

자꾸 끌어내리는

잦은 불행을 물리치고

한없이 들뜨게 해.

다름 아닌 A가.


나의 확실한 행운인 너에게

나의 선명한 불행을 내보이면서

더러 껌뻑 속기도 해.


혼자라면 감당이 안될 불행을

이게 행운인 양

너에게는 웃으면서

농담하듯 얘기하고 있더라


특히나 서로 비싼 물건의 주고 받음이 없이도

사랑을 주고받을줄 아는 따끈한 온기의 네가

내가 고민하던 그 이상향,


그러니까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구슬땀 흘리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미지근한 내 온도 그대로.


공들여 한 점, 한 점

내 못난 부분까지 빠짐없이 구석구석 사랑하는

멋진 사람이 네가 아닐까 하는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너는 너도 모르는 사이에

나에게 합격 목걸이를 쥐어준 은인이야.


마음 위로 우중충 우거진 내 불안이

너의 그런 따끈함에 자주 물음표를 다는데

또 거기에 확실헌 느낌표를 달고야 말잖니


그렇게 완벽한 확신으로

보답하는 네가 예뻐서.

항상 내가 대단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보란 듯 증명하는 너에게


내 나름의 귀한 마음을 한아름 보내.


그래도 맛있다는 집을

긴 시간 찾아 보낸 거니까

최소한 내가 오늘 치룬 값만큼은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따뜻하고 예쁜 너를 언니가 많이 좋아해.

구구절절 많이도 적었는데 쓴 것에 비해

하고 싶었던 말은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 같네!


또 만나. 사랑해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이게 다야.

히히 갑자기 되게 부끄럽다


P.s 밥 먹고, 약 꼭 챙겨 먹고!

고작 커피에 초콜릿과 케이크를

식사 대용으로 먹지 않기야!





아람|writing from the undertow.

© Written by Aram.thewav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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