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넘어가는 고통 속에서 죽을지도 몰라요
있잖아, 아무한테도 말 못했는데
나는 사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버린다는 것에 심한 알러지가 있어.
그게 어느 정도냐면,
십년 전에 보라카이에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기념품이라며 손톱만큼 작은 유리병 안에,
그 아름다운 해변의 모래가 담긴 열쇠고리를
선물이라며 손으로 쓴 편지와 함께 준 적이 있어.
그 덥고 뜨거운 곳에서
내 생각을 손톱만큼이라도 해줬다는 사실이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나
그 친구랑 나쁘게 틀어져 영영 헤어졌는데도
그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을 정도야.
어릴 때 너무 가지고 싶었어도
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을 정도로
가정이 많이 힘들어진 것을 일찍이 알았던 나는
욕심이 생기면 절대 참지 않는 사람으로 자랐어.
예쁜 인형을 가지고 싶다고,
혹은 남들처럼 이것을 먹어보고 싶다고
또는 나중에 커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떼를 쓰기는 커녕 입을 열기도 어려웠으니까
그때 꼭 경험해야 하는 일들을
아빠가 알면 속상해 할 거야,
게다가 우리 할머니는 돈이 없잖아.
구멍가게에 파는 알록달록 알사탕 하나도
사달라고 떼쓰듯 말해 본 적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다독이고
뒷걸음질 치듯 기대와 욕심에서 멀어졌어.
나도 가질 수 있으려나? 싶었다가도
실망하는 일을 번번히 겪으니까
기대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 것처럼
곱절 이상을 실망 한다는 거
난 그렇게 아픈 감정을 너무 어릴 때
이리저리 휘둘리며 배운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정말 물건이 많아.
특히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어도
타인이 준 건 특히나 버리지 못해.
어쩌면 그에겐 필요 없는 물건이어서
나에게 버리듯 줬거나
헤지고 낡아서 이미 쓸모를 다했어도
혹은 그 물건을 준 사람이 영영 날 떠났대도
나는 잃어버리는 게 아닌 이상
내 손으로 버리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어.
사실 어쩌다 잃어버려도 모른채 지내기도 해
근데 사람은 그게 죽어도 안되더라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집이 미어 터지는데
그 손톱만한 물건조차 못 버리는 내가
사람은 어떻게 버리겠어
버림받아본 경험이
마음에 크게 남아서 그런가
버려지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상대가 나를 찌르고 베는
나쁜 사람임이 분명해도
떠나기는 커녕 뿌리치지도 못해
상대가 뜨거웠다가
조금이라도 열기가 식은 것 같으면
나는 그때부터 버려지겠구나, 하고
죽음에 가까운 같은 공포를 느껴
혹여 상대에게 거슬릴까 싶어
숨 쉬는 것 조차 조심하게 돼.
발꿈치를 들고 조용히
최대한 살금살금 느리게 걸어.
버려지느니
차라리 옆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는게 나았어
나는 자외선 알러지 외에
다른 알러지는 없어
먹을 것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피하기는 커녕
힘들어도 헤헤, 바보처럼 잘 웃어
누가 시킨 적도 없는데
눈치를 고봉밥으로 먹고 살아 그런가
그런 내게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알러지가 딱 하나 있다면
버림 받을 것 같단 생각이 들 때야
내 주치의는 유기불안이라는
안쓰럽고 애틋한 이름을 붙여 주더라.
나는 그런 일엔
알러지 있는 음식을 먹은 사람이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듯
숨이 꼴딱꼴딱 넘어간단 말야.
그러니까 선생님, 저는 결국
사람 알러지가 있는 걸까요?
이럴 때 먹는 약은 어디서 파나요?
혹시 독한 주사로는 해결이 안 되나요?
제가 지금껏 스스로 수도 없이 놓았던
예방 주사는 전혀 소용이 없었거든요
아람|writing from the undertow.
© Written by Aram.thewav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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