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

2021년에, 살고 싶단 마음보다 먼저 온 너에게

by 아람

사랑하는 내 애인아

내가 아무리 못되게 굴고

날선 칼처럼 행동해도,

세상에서 제일 난잡하게

얼렁뚱땅 흙탕물 튀기며

엉망으로 굴어도

절대 나 포기하지마.


게으른 내가

언젠가 씻기를 귀찮아하고,

밥 먹는것도 귀찮아 하다가

숨쉬는 것 까지 포기하고 싶다고

심드렁하게 말해도,


절대 그러지 말라고 손 꽉 잡아버려.


그럼 나는 그따위로라도 하루를 더 살겠지?

너와 죽지 않기로 한 약속 때문에

질질 짜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못 이기는 척 네 손에 붙들려 걷겠지?


나는 너 때문에 못 죽는다며 투정섞인 나쁜 말을,

침 뱉듯 탁 내뱉어도 그래그래, 그러자 하며

같이 천천히 걷고, 즐겁게 춤추자고 말해줘.


진짜 나는 그렇게 살고싶어.


죽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면서

이렇게 너와 춤추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이러니해서 우습기도 하지만

한가지 알려 줄 것이 있어.


얘, 나는 너 때문에 살아있어.


혹시 내가 죽으면 네가 정말 슬플까봐.

그리고 내가 너랑 있는 시간은 퍽 좋은가봐.

내가 개떡같이 굴어도 넌 찰떡같이 안아 주니까.


내 비밀 sns 궁금해하고 염탐하는거

불편하단 식으로 말했었는데

다른 것 보다 내가 네 예상을 깨고

더 깊게 병들어 있다는걸 들키고 싶지 않았어.


어차피 다 들킨 마당에 하고싶은 말,

스스로를 후벼파고 상처내는 생각.

들킨 김에 그냥 다 보여 줄까 해.

고백하자면,


나는 날카롭고 색이 다양한

네 두 눈을 사랑해.

촉촉하고 차가운 손을,

오똑한 콧날을.

또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를,

무엇보다 너의 마음을 사랑해.


일분, 일초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쉬고자 하는 예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없이 사랑해.


너는 나한테 보기보다 애교가 많다고 했었어

나도 그런 사람이려고 되는대로 애를 펑펑 썼지.


왜, 좋아하면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고 싶잖아


근데 이런 진심이 담긴 말을,

어쩌면 꽤나 슬플 것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반짝반짝 빛나는 네 두 눈을 마주보며

겨울바람에 메마른 황태처럼

바싹 말라 부스러지기 직전의 내가.


나그네 봇짐 풀듯 네 앞에다

우울을 늘어 놓을 수가 없더라고.

우울은, 그러니까 색이 강한 감정은

옮기 마련이잖아.


난 네 옆에 있으면서도,

내 불행이 혹시 병이나 바이러스처럼

너에게 옮을까봐 늘 노심초사야.

그래서 말하지 못했던 거야.


말이 좀 지루하게 길어졌는데,

나는 그래도 말의 힘을 믿어.

가능하다면 오래도록 음미하듯

저 달빛 아래서 춤추고 싶어.

같이. 아주 영영.


내 사랑하는 애인아,

남자친구야, 내 짝지야.

진짜 상상도 못할만큼 널 좋아해.

평소에 직접 표현 잘 못 해주고

이런데 적어서 미안해.

이따 저녁에 보자. 사랑해



아람|writing from the undertow.

© Written by Aram.thewav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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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artist’s heart. please respect its ori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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